장희준기자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대북사업에 투자했던 기업인들이 '남북경협 중단 장기화'에 따른 피해 보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반도교역투자연합회와 남북경협 관련 단체들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일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를 향해 경협 중단 장기화로 발생한 대출금 탕감, 투자금 전액 보상, 피해 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김기창 한반도교역투자연합회 회장은 "국가가 내린 결정으로 무고한 국민들이 재산상의 피해를 입거나 갈 길을 잃었다면 당연히 정부가 그에 대한 보상과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남과 북의 경제협력이 중단된 피해를 상식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언젠가 재개될 경협에 누가 참여하겠느냐"고 말했다.
경협 기업들은 경제적 비전과 정부의 약속을 믿고 대북사업에 참가했는데,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에 이어 2010년 5·24 조치, 2016년 개성공단 폐쇄까지 역대 정부의 방침으로 피해를 봤으니 그 책임을 국가가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남측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 초병이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 사건 다음날부터 전면 중단됐다. 5·24 조치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을 계기로 시행된 대북 제재조치로, 남북 교역이 중단되고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모든 지원이 차단됐다. 개성공단의 경우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연이은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응해 2016년 2월 전면 가동 중단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금강산 관광사업의 경우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과 달리 보험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됐다. 연합회와 경협 기업들은 보험제도가 없어 가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던 만큼 개성공단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보험 미가입 기업에 대한 투자자산 확인 피해액의 45%만 보상해주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태원 한반도교역투자연합회 공동대표는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남북경협에 참여한 기업 1400여곳 중 명맥만 유지하는 곳은 20% 미만이고 그중에서도 대다수는 껍데기만 남은 상태"라며 "수출입 은행을 비롯해 대출 이자를 갚기 전엔 폐업조차 못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합회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 중단을 기준으로 14년이 흐르면서 경협 1세대 사업자들 상당수는 60대를 넘긴 고령자가 됐다. 경협 기업들을 모으려 해도 1400여곳 중 100곳도 연락이 어려울 정도로 흩어졌다고 한다. 특히 주로 소규모 기업들인 탓에 언제 풀릴지 모르는 경협 중단으로 막대한 손실과 그에 따른 빚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회견에선 현 정부가 출범 이후 경협에 대해 이렇다 할 기조를 세우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연합회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요식 금강산투자기업협회 회장은 "권영세 통일부 장관에게 수차례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취임 5개월이 되도록 답변이 없다"며 "12월까지 국회와 피해 보상을 위한 입법 작업을 진행할 계획으로 삭발 시위까지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