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아시아경제 방제일 기자] 전 세계가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튀르키예(터키) 의회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를 유포한 언론인 등을 처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현지시간) AP·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의회는 이날 이른바 '허위정보법'으로 불리는 언론·소셜미디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총 40개 항으로 구성된 개정안에는 허위 정보를 보도한 언론인이나 이를 퍼 나른 소셜미디어 이용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야권은 언론탄압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 허위 정보 유포 시 최장 3년 징역에 처할 수 있어
이번에 통과된 '허위정보법'에 따르면 튀르키예 국내외 안보와 공공질서, 보건 등과 관련해 진실에 반하는 정보를 퍼뜨려 우려와 공포, 공황 등을 유발한 혐의로 기소될 경우 최장 3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튀르키예 집권당 정의개발당(AKP)이 의회에서 법안 처리를 강행하자 야당 의원들은 의사당 안에서 '검열법'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거세게 항의하고 휴대전화기를 부수는 등 퍼포먼스를 벌이며 의사진행을 막으려 시도했으나 법안 처리를 막지는 못했다.
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새 법률과 관련해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는 국가 및 국제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대해 설명했다
'허위정보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법안에 대해 튀르키예 언론인들은 일찍부터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지난 5월 말,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튀르키예 언론인 노조는 "이 법안은 잘못된 정보에 맞서는 대신 체계적인 검열과 자체 검열을 강화할 것"이라며 법안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당시 오즈구르 오그레트 튀르키예 언론인보호위원회 대표는 "이미 문제가 있는 튀르키예의 언론자유를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법안 통과를 주도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의개발당은 잘못된 정보로부터 보호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의개발당 소속인 후세인 야이만 의회 디지털미디어위원회 위원장은 "이 법의 목표는 소셜미디어에서 잘못된 정보로부터 모두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선거를 앞두고 반대쪽의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규제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의미없다"고 일축했다.
◆ 중국도 인터넷 검열 강화 나서
튀르키예뿐 아니라 중국 역시 시진핑 국가 주석의 두 번째 대관식이 될 것으로 보이는 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인터넷 검열 강화에 나서고 있다. 명분은 유언비어와 허위정보에 따른 사회 혼란 차단이다. 지난달 시작해 올 연말까지 이어질 이번 검열은 당과 정부의 주요 행사나 정책, 자연재해나 감염병 등과 관련한 가짜뉴스에 엄중히 대응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사회 혼란 차단은 명분일 뿐,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조기에 언론을 통제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올해 튀르키예의 언론자유 순위 조사 대상 180개국 가운데 149위
국제사회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달린 내년 6월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집권 세력이 언론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보인 것이란 비판에 나섰다. 이전에도 튀르키예 정부는 언론규제법 등을 통해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에 반복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면허를 취소하는 등 언론 통제 조처를 지속해서 취해온 바 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이날 법안 표결 후 "튀르키예의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와 언론 자유와 관련해 또다시 어둠이 드리운 날"이라는 입장을 냈다. 귀니 일디즈 국제앰네스티 지역 연구원은 "새 법률은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허위정보와 싸운다는 명분 아래 비판적인 목소리를 검열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튀르키예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엔긴 알타이 의원은 "가난이 있다고 말하는 이는 감옥에 갈 것이고, 부패가 있다고 말하는 이도 감옥에 갈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하는 언론자유 지수를 보면, 올해 튀르키예의 언론자유 순위는 조사 대상 180개국 가운데 149위에 그쳤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