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완용기자
은평뉴타운 구파발9단지 래미안 정문./ [사진=차완용 기자]
물건정보: 서울 은평구 진관동 25 은평뉴타운구파발 924동 3층 135㎡ 주택형 경매 물건(서부1계 2021-57499, 2회 유찰, 최저가 8억6400만원)
[아시아경제 차완용 기자] '내집 로드'의 첫 소개는 경매 물건이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 3지구에 위치한 9단지 135㎡ 주택형의 아파트로 가격적 측면에서의 매력이 돋보인다. 당초 감정가 13억5000만원에서 2회 유찰돼 입찰 최저가가 8억6400만원까지 떨어졌다.
3차 경매 예정일은 11월 1일이다. 1·2차 유찰 때와는 다른 경쟁이 예상된다. 최저가 입찰액보다 높은 숫자를 기재해야만 낙찰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격이 좋다고 무턱대고 입찰에 나서면 안 된다. 특히나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 경기가 위축된 상황이라면 꼼꼼한 분석과 전략이 필요하다. 이에 '내집 로드'는 해당 아파트에 대한 대리 임장을 통해 주의할 점은 없는지 시장에서의 가치는 어느 정도인지 면밀히 알아봤다.
우선 법원 경매의 특성상 가장 중요한 권리분석을 위해 법원 경매 사이트, 경매정보지, 인터넷 등을 살펴봤다. 해당 아파트는 임의경매 물건으로 이룸자산관리대부가 채권자다. 등기부상 근저당, 질권, 압류 등의 총 14건의 등기가 걸려 있으며 근저당권은 국민은행, 이룸자산관리대부로 설정돼 있다. 모두 경매가 완료되면 말소되는 저당권이다. 즉, 낙찰받은 후 채권자에게 따로 지급할 돈이 없다는 의미다.
임차인도 확인되지 않는다. 경매 취득 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명도(임차인 집 비우기)에 대한 걱정이 없다는 이야기다. 채무자 역시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 아파트는 현재 관리비(전기, 수도, 난방비 등 포함)가 20여개월 미납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취득 시 낙찰자가 내야 할 금액이다. 약 800만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특이 사항으로 대지권 미등기도 포착된다. 대지권은 건물의 구분 소유자가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해 건물이 위치한 땅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는 것을 말한다. 확인 결과 미등기이긴 하나 큰 문제는 아니다. 현재 은평뉴타운 2지구와 3지구에 위치한 아파트 모두가 대지권 미등기인 상태다. 아직 사업이 완료되지 않아 대지권이 분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아파트는 이미 감정가격에 대지권의 평가액이 포함된 상태다. 다만 추후 대지권을 취득할 경우 약 300만원 내외의 금액이 지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이 아파트는 최저가로 낙찰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거래세(취득세 등) 및 미납관리비 등 납부로 9억원이 넘는 금액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에는 현장답사도 진행했다. 해당 아파트는 924동으로 구파발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10~15분가량 소요됐다. 3지구 내에서도 가장 끝자락에 위치한다. 아파트 단지 후문으로 나오면 바로 창릉천이 위치했고, 창릉천 너머가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이다.
해당 단지는 다소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산책 삼아 걷기에 무난한 위치다. 특히 150%의 용적률이 적용된 아파트 단지는 서울 도심의 우뚝 솟은 아파트와는 달리 쾌적함과 안정적인 느낌이다. 서울에서 유독 가을이 아름다운 동네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걷다 보면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은평뉴타운 8단지와 9단지./ [사진=차완용 기자]
상권도 잘 형성됐다. 여느 뉴타운처럼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아파트 1층은 스트리트 상가가 위치해 생활편의시설이 충분히 확보돼 있다. 단지 바로 앞에는 어린이 놀이터, 분수대 등이 설치돼 있었으며, 아파트 1층에는 도서관이 가까운 거리에는 노인정도 위치했다.
집합건축물대장을 확인한 결과 해당 아파트는 2010년 준공돼, 올해로 12년이 됐다. 일산 등 1기 신도시처럼 하수도관이 노후화돼 녹물이 나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외관 역시 깔끔하다. 다만, 실내를 들여다보진 못했지만 요즘 신축 아파트처럼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신규 입주자들 대다수가 새로 실내인테리어를 진행한다.
해당 아파트는 총 10층으로 구성됐으며 물건은 3층에 위치해 있다. 로열층은 아니지만 무난하다. 다만 라인(3호)이 주차장 진입로에 위치해 차량 진출입시 불빛 및 경고음이 우려된다. 민감한 사람이라면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방은 4개, 화장실은 2개, 거실은 정남향에 위치한다.
은평뉴타운 9단지 내 아파트의 모습./ [사진=차완용 기자]
해당 아파트는 직접적인 호재도 품고 있다. 신분당선 연장구간 개통이다. 주변 공인중개업소 이야기를 종합하면 9단지와 8단지 사이 또는 창릉천 건너편으로 역사가 들어설 것이 유력시된다. 물론 정부 정책상 변수는 존재한다.
무엇보다 해당 아파트의 큰 매력은 최저 입찰가다. 인근 아파트 같은 평수 급매가 13억5000만~14억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무려 5억원 차이다. 다만 금리 인상, 거래절벽, 부동산 침체 등의 영향으로 거래는 주춤한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조회 결과 지난 7월 3일 은평뉴타운 내 해당 평수가 14억2000만원에 거래된 것이 마지막이다.
해당 물건을 취득하기 위해선 자금도 필요하다. 특히 9억원 이상으로 낙찰받을 경우 투기과열지구 규제로 주택담보대출(LTV)이 20%로 제한된다. 9억원 이하로 낙찰을 받더라도 40%에 불과하다. 더구나 전세를 놓기도 쉽지 않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의 전세가는 7억~8억원에 형성돼 있지만, 세입자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