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규 '내가 원조 개그맨 골프 유튜버'…'골프도 개그처럼 '짧은 기승전결' 매력'

"휴대폰으로 대충 찍었던 동영상" 계기…지금은 회당 제작비 3000만원
"내 덕에 잘나가는 김구라 김국진 서운도 하지만 덕분에 낙수효과도"
"구독자 30만이 목표…어려운 꿈나무들 돕고 싶은 꿈 있어"

개그맨 홍인규가 15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변선진 기자] 연예계에 골프 유튜브 바람이 거세다. ‘골프는 매너 스포츠’라는 상식을 깨고 김구라, 김국진은 물론 허경환, 변기수, 정명훈 등 개그맨들의 이른바 ‘웃기는 골프’가 유튜브를 점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가 개그맨 골프 유튜브의 원조"라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서도 "김국진·김구라 덕에 싸게 묻어가는 거죠"라고 말하는 남자. 개그맨 홍인규다.

그가 운영하는 ‘홍인규 골프TV’는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도 구독자 26만5000명, 누적 조회 수 8000만회를 돌파할 만큼 인기다.

"김구라·김국진 전에 '홍인기의 골프TV'가 원조죠"

그는 개그맨 골프 유튜브의 전성시대를 이끈 원조다. 홍인규 골프TV의 첫 콘텐츠는 2019년 2월 ‘연예인 골프 도장깨기 홍인규 vs 변기수’다. 구독자 36만명인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TV’가 2020년 1월, 26만명이 구독하는 김국진의 ‘거침없는 골프’는 지난해 4월에야 시작됐다.

"골프 콘텐츠를 기획한 건 우연에 가까웠어요." 휴대폰으로 대충 찍어 올린 영상이 큰 반향을 일으킬지 몰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바로 연예계 골프 고수 중 한명인 변기수와 스크린골프 내기를 하는 ‘도장깨기’였다. "영상을 올려만 두고 큰 관심을 안 가졌는데 어느 순간 조회 수가 막 치고 올라오는 거예요. ‘아, 이게 정답이다’ 싶어서 이때부터 정식으로 시작하게 됐죠."

‘홍인규의 골프TV’는 후발주자들의 레퍼런스가 됐다. 허경환, 변기수, 정명훈이 그의 길을 따랐다. 그는 개그맨들의 골프 유튜브가 갑자기 생겨나면서 "좀 서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두세 번째부터는 첫 번째보다 좀 더 수월하잖아요." 하지만 막상 김구라·김국진이 뛰어들면서 시장이 커졌다. "두 선배님의 광고 단가가 워낙 비싸니 저는 좀 더 싸게 묻어갈 수 있는 거죠(웃음). 낙수 효과랄까요?"

개그맨 홍인규가 15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한 회당 제작비용 3000만원…"개그처럼 다양한 기획 짜는 게 재밌어요"

그의 유튜브 콘텐츠는 ‘진화’를 거듭했다. 동료 개그맨들과의 골프 내기·벌칙에서, 고수가 못하는 척 개그맨들을 속이는 ‘골프 몰카’, 일명 ‘이상한 스윙’으로 승부를 보는 것까지, 최근엔 일부러 경기를 지게 만드는 ‘마피아’를 찾는 ‘대형 프로젝트’도 올라오고 있다.

"골프가 워낙 어려운 운동이잖아요. 잘 치려고 해도 안 되고, 일부러 못 치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게 골프예요. 이 점을 접목한 기획이 개그 요소와 잘 맞아떨어졌어요." 콘텐츠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이젠 한 회 제작비에 3000만원 넘게 든다. 섭외도 다양해졌다. 동료 개그맨은 물론 배우 김래원 등 유명 연예인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골프 입문도 ‘개그’스럽다. 선배 개그맨인 김준호가 후배들에게 골프를 추천하며 그린피·스크린골프비를 대신 내줄 때 ‘저렴하게’ 입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골프 인맥은 탄탄하다. 배용준·황정민·류현진·김광현 등 유명 배우나 운동선수는 물론 법조·의료계의 저명한 인사와도 라운딩 경험이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개그콘서트를 할 때부터 ‘잘 짜는’ 걸 좋아하는 개그맨이었다"고 했다. "방송 시절의 경험을 살려 이렇게 골프 기획을 했더니 반응이 좋고, 저렇게 기획했더니 이건 아닌 것 같고, 이런 게 재밌어요."

"골프와 개그, '짧은 기승전결'이 있다는 공통점 갖고 있어"

골프와 개그에 공통점이 있을까. "개그는 짧지만 그 시간 안에 기승전결이 모두 담겨야 하죠. 골프 역시 홀마다 기승전결이 필요해요. 골프를 좋아하는 개그맨들이 많은 이유가 아닐까요."

골프 방송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홍인규는 오는 11월까지 ‘보은 스케줄’로 꽉 찼다고 밝혔다. "아무래도 이제 골프 촬영을 하다 보면 도와주는 사람이 엄청 많아요. 신세를 하나둘 지다 보니까 이제 갚아야 하잖아요. 바쁠 수밖에요. 제가 오지랖도 있는 편이고요. 웃음)"

실제로 홍인규의 골프 유튜브엔 개콘 출신 개그맨들이 유독 많이 출연했다. "개그맨들이 의리가 좋아요. 남들보다 빠르게 유튜브를 키울 수 있었던 이유죠. 그러니 저도 도와야죠."

개그맨 홍인규가 15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그린에서는 모두 평등…어려운 꿈나무들 돕고 싶어"

홍인규는 "골프 유튜브를 하면 할수록 욕심이 난다"고 말했다. 당장은 구독자 30만 명을 넘기는 것이 목표다. "구독자 30만 명이 넘으면 구독자를 초청, 30팀을 꾸려 라운딩을 하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더 큰 목표도 밝혔다. 어려운 형편의 꿈나무들이 골프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하는 것이다. "인연을 맺은 골프장을 통해 사정이 힘든 친구들이 무료로 연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대신 골프장 홍보는 제가 해줘야죠."

그에게 골프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그린 앞에선 평등해요. 잘 나가는 연예인, 부자들 사이에 제가 있더라도 버디를 하면 제가 바로 주인공이 되잖아요."

홍인규는 황금기수로 불리는 KBS 개그맨 공채 19기 출신이다. 안영미, 장동민, 황현희, 유세윤, 강유미가 그의 동기다. 개그콘서트 시절 히트를 한 코너가 꽤 많았음에도 유독 다른 자신은 동료들에 가려 화려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유년 시절에는 어머니를 찾으려고 했지만 찾지 못하고 결국 보육원에서 지내야 했던 아픔도 있다. 어쩌면 결코 순탄치 않았던 지난 시절이 그가 ‘실력 앞에 평등한’ 골프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아니었을까.

변선진 기자 s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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