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호기자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백두산 혈통’을 우상화하는 선전물을 발간하면서 부인 리설주 여사를 등장시켜 주목된다.
18일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노동당 통일전선부 소속으로 대남·대외용 출판물 담당하는 평양출판사가 지난 16일 화보집 ‘인민은 백두산을 노래한다’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100쪽 분량의 화보에는 ‘장군별’, ‘광명가’ 등 김일성 주석을 칭송하는 시·선전화와 ‘김정일 장군의 노래’, ‘들으시라 그날의 감격을 ’ 등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기리는 시 등이 담겼다.
화보는 서문에서 백두산과 관련된 김씨 3부자의 업적을 나열한 뒤 “우리 인민은 김일성 장군의 산, 김정일 장군의 산, 김정은 장군의 산으로 그 이름 빛나는 백두산의 노래를 더 높이 부르며 주체혁명 위업을 기어이 완성하고야 말 것”이라고 선전했다.
북한은 백두산을 김일성의 항일운동을 상징하는 동시에 김정일의 고향이라며 3대 세습을 정당화하는 우상화에 활용하고 있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로는 김정은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 일대를 내달린 이른바 ‘군마행군’을 함으로써 백두산을 난관 극복의 상징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번 화보에 김일성·김정일을 묘사한 대목에선 배우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김정일은 생전 공식 석상에 부인을 대동한 적이 없다.
그의 사후에도 북한 관영매체는 김정일의 여인들이었던 성혜림, 김영숙, 고용희, 김옥 등을 별도로 조명하지 않았는데, 그런 경향이 이번 화보집에도 이어진 것이다.
이와 달리 김 총비서는 2012년 공식 집권 직후에 부인을 거침없이 공개했고 팔짱을 끼거나 서로 정겹게 바라보며 웃는 모습 등을 선보였다.
화보집에도 김 총비서와 리설주가 2019년 12월 다정하게 백두산의 개울가에 앉아있는 모습, 함께 모닥불을 쬐는 모습, 나란히 백마를 타고 달리는 모습 등이 다양하게 소개됐다.
리설주는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때 남측 인사들 앞에서 스스럼없이 김 총비서를 ‘남편’이라 부르는 등 여느 부부 사이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할아버지인 김 주석의 부인인 김정숙은 빨치산 전우이자 김정일의 생모로서 ‘백두혈통의 뿌리’지만, 역시 이번 화보집에 실리지 않았다.
한편 평양출판사는 2016년 화첩 ‘인민을 위한 위대한 하늘’을 시작으로 김 총비서를 집중 조명한 출판물을 잇달아 내고 있다. 권력 공고화에 맞춰 우상화에 힘을 싣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올해는 남북정상회담을 다룬 화첩 ‘북남관계의 대전환 2018’과 김정은의 지난 10년 업적을 소개한 책 ‘민족운명의 수호자 김정은 장군’, ‘인민의 태양 김정은 찬가’ 등을 발간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