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석기자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국민연금이 향후 30여년 뒤에는 쌓아놓은 기금이 완전히 고갈되는 것은 태생적으로 모순된 구조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주요 국가와 비교했을 때 가입자의 월소득 대비 납부보험료 비율인 보험료율은 낮지만 노후에 지급되는 급여는 후한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연금개혁 논의 검토와 방향성’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유례없는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서 초고령사회 진입을 불과 3년 앞둔 인구ㆍ사회학적 변화로 인해 시급히 기금고갈에 대비해야 하는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 국민연금 개혁의 필요성이 드러난 근본적인 원인은 국민연금제도가 보험료율은 낮으면서, 급여 수준은 후한 저부담 고급여 구조로 설계되어 있었던 것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보험료율’과 가입자의 가입 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 비율인 ‘소득대체율’을 비교하면 문제점이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보험료율이 9%인데 중위소득 가구의 소득대체율은 31.2%로 나타났다. 반면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보험료율이 더 높은 데 반해 소득대체율은 그렇지 않다. 가령 우리나라보다 보험료율이 3배 높은 프랑스(27.8%)의 경우 중위소득 대체율이 60.2%다. 영국은 보험료율이 25.8%인데 중위소득 소득대체율이 49.0%, 독일은 18.6%인데 중위소득 소득대체율이 41.5%, 일본은 18.3%인데 중위소득 소득대체율이 41.5%로 나타났다.
입법조사처는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소득대체율은 언뜻 보면 수치가 낮아 보여도 실제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면서 "OECD 회원국 전체 평균(보험료율 18.2%, 중위소득 소득대체율 51.8%)과 비교해 보더라도 제도의 틀만 놓고 봤을 때 우리나라 소득대체율은 보험료율과 비교해 오히려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낸 보험료에 비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가입자들이 보험료율보다 소득대체율이 높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가입 기간이 짧아 실수령액이 적기 때문이다. 가입 기간이 긴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늘면서 연금 수급액도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출산율 저하 등으로 인한 고령화 속도를 고려할 때 현재 국민연금은 유지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해법으로 모색되는 것은 두 가지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
첫 번째는 모수개혁이다. 모수개혁의 목적은 재정을 안정시키는 것으로,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소득대체율 등을 낮추는 방식이다. 더 많이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두 번째는 더 전면적인 구조개혁이다. 입법조사처는 구조개혁에 대해 "연금제도의 구조를 변경하고 해당 제도의 기능과 역할을 변화시키는 등 체계를 바꾸는 것을 말한다"며 "예컨대, 국민연금이 지닌 소득재분배 기능과 소득비례 기능 중 소득재분배 기능을 기초연금과 통합하고 국민연금을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한다거나, 퇴직연금의 성격을 함께 지닌 특수직역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것은 구조개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개혁은 일단 모수개혁 방식이다. 하지만 노인빈곤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 만큼 노후보장을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는 반론도 역시 크다. 이 때문에 국회 연금개혁은 재정안정화와 노후소득보장이라는 두 정책목표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입법조사처는 "정부와 국회에서의 연금개혁 논의가 다양한 입장차만 확인한 채 결국 좌초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진전없는 소모적인 논쟁의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지향과 이념에 경도되지 않아야 하고, 궁극적인 목표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연금개혁이 모수개혁을 넘어 구조개혁단계까지 도달하려면, 개별 연금제도 관련 실태와 현황에 대한 정밀한 파악이 이루어져야 하며, 전체 틀을 아우르기 위한 연금개혁 거버넌스가 성공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