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보조금 대거 풀렸다…폴드4 반값, 플립4는 38만원에

온라인 '성지' 중심으로 불법보조금
단통법 8년…정부, 깊어지는 고민

지난 27일 방문한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

[아시아경제 오수연 기자] "플립4 보고 오셨어요? 지금 바로 구매하시면 여기까지(40만원) 해드려요."

갤럭시 폴드·플립4 출시 이후 첫 주말인 28일 오후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는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코로나19와 밴드 등 소위 온라인 ‘성지’ 활성화로 오프라인 유통점 상권이 침체했다지만, 폴드·플립4가 역대급 사전 판매 열기를 보인 만큼 이곳도 새 플래그십 단말기 출시 효과를 톡톡히 보는 듯했다.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가게마다 적게는 2~3명씩, 많게는 5명 이상의 손님이 앉아서 휴대전화 가격을 문의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호객 행위에 통로를 걸어 다니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는데, 고객을 응대하느라 바빠 유통점 직원들의 호객 행위까지 줄어든 느낌이었다. 집단상가를 떠나는 시민들도 손에 새 휴대전화가 담긴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평상시 파리만 날리던 매장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까닭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Z폴드·플립4가 출시 직후 소위 '성지'를 중심으로 불법 보조금이 대거 풀리며 가격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통신사·가입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폴드4는 97만원, 플립4는 38만원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한 유통점에 들어서자 점주가 "어디까지 보고 오셨냐"며 계산기를 들이밀었다. 온라인 성지 시세표에서 미리 확인한 가격을 입력하자 순식간에 만원이 더 내려갔다. 사전 예약을 했냐고 물은 점주는 "사전예약을 안 하셨으면 차이가 있는데 진짜 바닥 가격"이라며 "딜러비 2만원도 안 남는다. 남는 게 없지만 여기까지는 빼드리겠다"고 구입을 권유했다.

이어 방문한 매장들도 가격은 비슷했다. 가입한 통신사를 기준으로 9만원대 요금제를 이용하는 조건에 기기 변경 시 가격은 40만원 초중반대에 형성돼있었다. 그러나 동일한 요금제로 불법 보조금 없이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만 받을 경우 최대 57만5000원이 할인돼 단말 가격은 77만8000원이다.

다른 매장을 들러 이미 확인해 놓은 가격을 종이에 적었다. 직원은 "이렇게 보고 오셨냐"며 "지금 바로 구매하시면 여기까지 해드리겠다"고 답하며 40만원을 써 보이기도 했다. 망설이자 "더 다녀봐야 비슷할 거다"며 "여기가 제일 싸다. 휴대폰 커뮤니티 같은 곳에 올리셔도 된다"며 자신했다.

지난 26일 공식 출시한 폴드4와 플립4의 출고가는 각각 199만8700원, 135만3000원이다. 폴드4와 플립4의 공시지원금은 최대 65만원이다.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최대 15%)까지 받으면 74만7500원이 할인된다. 단통법을 준수하면 폴드4는 최저 125만1200원, 플립4는 60만5500원이다. 출시하자마자 폴드4는 반값, 플립4는 3분의 1 이하로 하락한 것이다. 여름철 비수기로 잠잠하던 불법보조금이 삼성전자의 신작 스마트폰 발매에 맞춰 확대된 영향이다.

단통법 8년째, '성지'는 여전히 굳건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갤럭시 Z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이동통신 3사에 불법 지원금보다 공시지원금을 확대하고, 시장 과열을 주의해달라며 당부했다. 시장 모니터링도 강화했다. 그러나 온라인을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성지' 특성상 모두 단속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공시지원금이 아닌 불법보조금이 대거 풀리는 현상은 2014년 시행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의 영향이다. 추가지원금의 상한선을 정해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과도한 이용자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통신사들이 일부 유통망에 판매 장려금(리베이트)을 제공하고, 리베이트의 일부가 불법보조금으로 쓰이며 차별적 가격 구조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단통법 8년째를 맞은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규제심판제도의 7대 과제 중 하나로 '휴대폰 추가지원금 상한 폐지'를 선정했다. 국무조정실이 규제정보포털 온라인 토론을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지난 19일부터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앞선 2개 토론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돼 연기한 상태다.

추가지원금 상한이 없어지면 사실상 단통법 폐지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 반면, 규제를 담당하는 방통위는 단통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통법이 없으면 차별적인 영업의 제동 장치가 사라져 비대칭 가격 구조가 더욱 심화한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추가지원금 상한선을 공시지원금의 15%에서 30%로 확대하는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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