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녹음하면 10년 징역형?…'권력자 막말비호법' 들끓는 여론

국힘 윤상현 의원 외 10인 발의
해외 일부 유럽 국가·美 13주만 규제
입법 등록의견 반대의견 대다수
'권력자 막말비호법' 등 비판 나와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당사자 동의 없는 통화 녹음 시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다. 통화녹음이 사회적 약자들이 성희롱이나 부당한 처사, 보이스피싱 등 피해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이란 점에서 권력자를 비호하는 법이란 비판이 나온다.

문제가 된 법안은 지난 18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이 법안은 대화 참여자 전원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는 걸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최대 10년 징역과 5년 자격정지에 처해질 수 있다. 개정안 공동발의자로는 구자근·김선교·이명수·양금희·박대수·박덕흠·엄태영·이헌승·윤영석·권명호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명이다.

윤 의원 등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제3자의 녹음만 제한하는 현행법은 음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일방의 사생활의 자유 또는 통신 비밀의 자유와 헌법에 보장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의 일부인 음성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개인 사생활 보호에 초점을 둔 법안이다.

해외의 경우 프랑스,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통화녹음을 규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당사자의 대화·통화녹음은 합법으로 본다. 미국은 50개 주 중 37개 주에서 합법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애플이 삼성전자와 달리 통화녹음 기능을 아예 탑재하지 않는 것도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대화의 녹음 자체를 금지하는 이번 개정안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은 싸늘하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9시 30분경 6068개 등록의견 중 대다수가 반대 의견이다. 국민들은 "범죄자를 위한 법", "현행법만으로도 충분하다", "권력자들의 부패를 조장하는 악법이다" 등의 비판 목소리를 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논평을 통해 "대화란 하나의 사건이며, 녹음은 이러한 사건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 결과물로 진실 증명의 중요한 수단"이라며 "이렇듯 사건을 기록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진실을 기록하고 알렸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정치인들이 통화 녹음이나 메신저 내용의 공개를 통해 본인들이 무책임하게 내뱉었던 말들이 도마 위에 올라 곤혹을 치르는 사건이 많아지면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규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며 "이를 녹음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고자 하는 본 법안은 결국 '권력자 막말비호법'에 지나지 않을 "이라고 강조했다.

통비법 개정안을 낸 윤 의원도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겨냥해 원색적 비난을 한 '막말 녹취'가 공개돼 곤혹을 치른 바 있다. 다만 당시 당시 녹음파일은 윤 의원이 전화통화하는 내용을 사무실에 있던 제3자가 몰래 녹음한 것으로 현행법상으로도 불법이었다. 몰래 녹음하고 이를 지인에 전달한 여성은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통화녹음 기능을 제공하는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업무상의 이유로 통화녹음을 선호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애플 아이폰과의 최대 차이점으로 꼽히는 것도 삼성페이와 더불어 통화녹음 기능이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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