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8번…세금 남으면 '빚 상환보다 추경'

세계잉여금, 10년간 8번 추경 재원 활용
나랏빚 최소 상환 후 지출 늘린 셈

[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정부가 지난 10년간 세계잉여금을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에 8차례나 쓴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잉여금은 초과세수와 한 해 동안 거둬들여 쓰고 남은 잔액을 합한 것으로, 정부가 세계잉여금을 이듬해 세입에 이입한 경우는 단 한 차례에 그쳤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 편성 등에서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세계잉여금의 나랏빚 상환 의무를 강화하는 법안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2012~2021년)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이 추경 재원으로 활용되지 않은 연도는 잉여금이 1000억원 미만이었던 2013년과 2019년 두 차례였다. 세계잉여금이 다음 연도 세입에 이입된 사례는 2013년이 유일했다. 2019년에는 세계잉여금을 모두 지방교부세로 정산했다.

정부는 세계잉여금이 발생하면 우선 지방교부세·교부금 정산 후 남은 돈의 최소 30%를 공적자금·국채 등 국가채무 상환에 차례로 쓴 뒤, 재량에 따라 잔액을 다시 추경 편성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세계잉여금을 관행적으로 추경 편성에 쓰려다 보니 국가채무 역시 지난 5년간 법정 최소 상환 비율인 잔액의 30%만 갚는 데 그쳤다.

당초 계획과 달리 쓰고 남은 돈이나 더 걷은 세금을 나랏빚 상환이나 다음 연도 세입에 넘겨 나라살림 고삐를 죄기 보다는 법적으로 가능한 최대 한도 내에서 추경 재원으로 써버리며 지출을 늘린 셈이다.

이 같은 나라살림 운영은 국가 재정을 더욱 악화시켰다. 국가채무는 2013년 489조8000억원에서 2022년 상반기 말 1007조5000억원으로 약 10년 간 105.7%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같은 기간 32.6%에서 약 50%로 올라왔다.

그러나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세계잉여금의 국가채무 상환 비율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은 여전히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발의된 법안 5건은 국가채무 의무 상환 비율을 세계잉여금의 50%로 상향하거나, 국가채무비율이 GDP의 45% 초과시 세계잉여금 전액을 나랏빚 상환에 쓰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예정처 관계자는 "최근 국가채무 규모 증가 속도와 추이를 고려할 때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의 국가채무 법정 상환 비율 상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추경의 법적 요건이 사문화된 것처럼 국가채무 상환 의무 역시 최근에는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는 추세"라며 "국가채무 상환 비율 상향도 논의할 수 있지만 이 조항의 법적 구속력을 강화하고 정부, 국회의 준수 의무를 환시기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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