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모두가 흥분하고 있다."
한국의 첫 천체 탐사 프로젝트인 달 탐사궤도선 '다누리' 발사를 앞두고 국제 과학계가 높은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실시되는 여러가지 과학 탐사를 통해 인류에게 여전히 낯선 달의 속내를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다누리는 국제 과학계로부터 달의 특이 지형인 '요정의 탑'의 정체와 자기장 형성의 미스터리를 밝혀 주고, 인류의 두 번째 달 착륙을 위한 영구음영지대 물의 존재 여부를 확인해 주는 등 3대 과제를 달성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8일(현지시간) 다누리 발사와 관련된 장문의 분석 기사를 통해 탑재된 6개의 과학 탐사 장비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면서 이에 대한 세계 과학자들의 기대를 전했다.
네이처는 특히 세계 과학자들이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광시야 편광카메라(PolCam)에 대해 큰 기대를 표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달 표면을 정밀 관측해 미국의 아폴로 프로젝트때 관측된 신비한 구조물, 즉 '요정의 탑(Fairy castles)'의 정체 등 그동안 쌓여 온 의문들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레이첼 클리마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 행정지질학 연구원은 "지구 관측에는 많이 사용됐지만 달 표면을 편광카메라로 촬영하는 사상 최초이며, 암석이나 달 먼지 알갱이의 크기와 밀도까지도 측정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폴캠의 촬영 결과가)'요정의 탑'이라는 이름이 붙은 달 표면의 이상한 구조물에 대해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정의 탑'은 아폴로 프로젝트 당시 160km 상공에서 찍은 달 표면 사진에서 발견됐다. 작고 길며, 꽈배기처럼 꼬인 탑 모양의 특이 구조물이다. 마치 만화 속 요정이 사는 성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지구와 같이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재현해 낼 수 없어 과학자들은 그 정체를 연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편광카메라의 관측 결과는 또 달의 생성 과정과 지질 구조를 상세히 파헤쳐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윌리엄 패런드 미국 우주과학연구소 연구원은 "(다누리의 편광카메라는) 획기적인 도구"라며 "달의 화산재 퇴적층을 연구하는 한편 달의 용암 분출의 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영구음영지대 카메라(ShadowCam)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클리마 연구원은 "달이 생성된 이후 혜성들에게서 전달된 물과 같은 휘발성 물체들이 영구음영지대에 냉각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얼음이 묻혀 있는 곳을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향후 달 착륙 탐사를 위한 중요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제작한 자기장 카메라도 또 다른 달의 미스터리를 풀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달의 핵은 차갑게 식은 금속이고 크기도 작아 지구처럼 핵의 회전으로 인한 자기장 형성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달 표면의 곳곳에선 강력한 자기장이 관측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다누리의 자기장 측정 데이터를 통해 달 전체의 자기장 분포 형태를 알아내면 이같은 미스터리를 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과학자들은 한국이 길어야 2~3년으로 예상되는 다누리의 수명이 끝난 후 달 표면에 충돌시키기를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이안 개릭-베셀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달이 과거엔 수억년간 핵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강력한 자기장을 뿜어냈을 수 있다"면서 "만약 달 표면의 20km 이내로 접근할 수 있다면 (비밀을 풀 수 있는) 가장 흥분되는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초 다음달 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으로 예정됐던 다누리 발사는 발사체인 스페이스X사 팰컨9의 추가 점검으로 인해 이틀 연기돼 5일 오전 8시8분쯤 실시될 전망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