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열기자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차량의 ‘전장화’가 속도를 내면서 각종 소프트웨어 서비스도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과거 자동차가 기계로 취급돼 하드웨어 사양이 중요시됐다면, 이제는 굴러다니는 전자장치로 인식되면서 소프트웨어를 통한 성능향상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자율주행이나 커넥티드카처럼 미래 자동차 기술이 보편화된 이후엔 구독서비스와 결합, 한 번 판매한 차량에 대해서도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이 생길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본다. 이는 반대로 구매자 입장에선 과거와 달리 지속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소비자로선 지불해야 할 차값이 늘어난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인 오토파일럿을 이용하기 위해선 국내에서 신차를 주문할 때 450만원 정도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추가 기능을 더하면 900만원이 넘는다. 미국에서는 이 서비스를 매달 99~199달러 돈을 내는 구독방식으로도 가능하게 했다. 올해 들어서는 이 옵션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구독서비스는 최근 완성차업계 전반의 트렌드다. 현대차와 제네시스, 기아는 간단한 차량제어가 가능한 커넥티드 서비스를 신차에 적용하고 있다. 차량 상태를 파악하거나 시동·공조 등 기본 제어를 애플리케이션으로 할 수 있다. 신차를 산 후 5년간은 무료이며 그 이후부터는 꾸준히 돈을 내야 한다.
제너럴모터스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중인 반자율주행시스템 ‘울트라 크루즈’를 구독서비스로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은 자율주행을 비롯해 인포테인먼트·진단기능 등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서비스로 차량 한 대당 1만5000달러가량 추가 수익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기능을 차량 하드웨어와 결합한 사례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일부 지역에 판매하는 신형 전기차에 대해 추가로 구독료를 내면 뒷바퀴 조향각도를 늘려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간단한 편의장치 외에도 구동 등 자동차 기능 전반을 소프트웨어로 조작, 제어할 수 있게 됐기에 가능해졌다. 자동차의 제조방식이 과거와 달라지면서 새로운 시장이 생겼다. 완성차회사로서는 과거 차를 팔 때 일부 사양을 추가하는 정도에서 그쳤는데, 앞으로는 판매 후에도 꾸준히 제품을 팔 든든한 ‘채널’이 생긴 셈이다.
시장규모는 앞으로 상당히 커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본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최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자율주행이나 커넥티비티나 게임 서비스를 구독하는 차량이 전체의 30% 정도가 되면 1180억달러(약 153조원)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테슬라를 포함한 글로벌완성차 회사 12곳의 연간 영업이익을 합한 것(1090억달러, 약 141조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구독서비스 가운데 현재 주로 쓰이는 일부만 포함한 것으로 이를 기반으로 얻게 될 사용자 데이터의 가치는 따로 산정하지 않은 수치다. 자동차회사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중요시하는 배경이다.
소비자 반응은 갈린다. 개인 취향에 따라 맞춤형으로 고르거나 필요한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쓸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반면 첨단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부품을 장착하면서 이미 비싼 값을 치른 상태에서 추가로 비용을 부담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보는 이도 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