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여행만리]에메랄드빛 바다 위…황홀한 카약킹

삼척 한여름 시원한 여정-장호항 해양스포츠 천국, 해안드라이브, 계곡 등 볼거리 많아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된 휴가를 떠나보는 게 3년만입니다. 오랜만의 휴가라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바다로 가면 산이 그립고, 산에 가면 바다가 그립습니다. 이 모든것을 다 갖추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강원도 삼척은 눈부신 동해바다와 높은 산, 깊은 계곡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해변으로 따지면 삼척, 추암, 맹방, 용화, 장호 등 동해안에서도 인기 있는 해변을 품고 있습니다. 58km에 이르는 삼척해안도로는 기암괴석과 절경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그만입니다. 산은 또 어떻습니까. 응봉산, 덕항산을 비롯해 최근 해변과 가까운 덕봉산도 떠오르고 있습니다. 덕풍계곡, 이끼계곡, 미인폭포, 금강송림에 둘러싸인 준경묘는 이름값을 하고도 남습니다. 그뿐인가요. 해양 레일바이크, 바다전망케이블카, 카약 등 열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볼거리, 즐길거리가 넘쳐납니다. 모처럼 여름휴가를 떠난다면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삼척이 어떨까요. 꼭 여름휴가때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동해안으로 여정을 잡는다면 삼척은 꼭 한번 쯤 들러보길 권해봅니다.

삼척은 영동고속도로 끄트머리에서 동해시 쪽으로 내려오는것이 보통방법이다. 하지만 여름휴가철에는 동해안이 피서객들로 넘쳐난다. 38번 국도를 타면 태백에서 고개를 넘어오면 바로 삼척이다. 꼬불꼬불한 길이지만 휴가시즌에 상대적으로 덜 막혀서 좋다.

먼저 삼척에서 가장 핫한 장호항으로 간다. 푸른 바다란 말은 수도 없이 들었지만 정말 푸른 색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장호항은 에메랄드 빛의 바다가 펼쳐져 있고 바닥이 훤히 보일만큼 투명하다. 그때문에 해수욕뿐만 아니라 스노클링, 투명카약, 스쿠버다이빙 등의 다양한 수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찾은 날도 투명카약과 보트, 스노클링을 즐기는 이들로 가득했다.

해안선이 오목하게 들어가 천연 풀장을 이룬 덕에 어촌체험마을로 전국에서 가장 가고 싶은 여름 휴양지로 손꼽히고 있다. 수돗물을 틀어놓은 듯 원래부터 물이 맑고 잔잔한데다 바닥에 갯바위의 색이 예뻐서, 알려지자마자 바로 명소가 됐다.

투명 플라스틱 카누는 이러한 자연조건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타고 바다로 나가면 바닥을 통해 물고기와 해초를 살펴볼 수 있다.

보트장 옆에는 갯바위로 갇힌 천연 풀에서 스노클링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수심이 얕고 물이 투명해 장비를 착용하면 색다른 해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아이에게 스노클링을 가르치는 아버지, 아이는 조그마한 물고기들이 쏜살처럼 지나는 풍경이 신기한지 물에 코를 박고 좀처럼 나올 생각을 안한다.

새하얀 모래사장과 에메랄드 빛 바다가 어우러진 장호, 용화 해수욕장도 매력이 넘쳐난다. 텐트를 쳐놓고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는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있는 곳도 있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가족은 “매년 장호항을 찾고 있지만 갈수록 사람들이 많아지는 걸 느낀다며 그만큼 물 맑고 아이들과 놀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장호항에는 삼척케이블카가 있다. 탁 트인 바다 위를 케이블카가 미끄러지듯 달린다. 장호-용화 구간 874m를 10분 정도 날아간다. 카약을 타고 맑고 투명한 바다를 누리는 사람들도 내려다보인다. 용화에는 바다를 끼고 달리는 해양 레일바이크가 있다. 총 5.4㎞ 구간인데 원평~초곡~문안에는 해변과 나란히 달린다. 중간 중간 터널도 지나고 곰솔 숲도 통과한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재미가 있다. 문제는 케이블카와 레일바이크가 모두 인기가 좋아 매진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음으로 백사장이 4km에 이르는 맹방해수욕으로 간다. 방탄소년단이 앨범 재킷 사진을 찍은 곳으로 알려지면서 인기명소로 자리잡았다.

맹방해수욕장 한쪽에 둥그스름한 산이 버티고 있다. 여기가 덕봉산이다. 군 초소가 있어 통제구역이다가 2021년에 개방돼 삼척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는 나무 덱 산책로, 정상 전망대와 벤치 등을 갖춰 느긋하게 산책하기에 맞춤하다.

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는 맹방해수욕장과 덕산해수욕장에서 접근할 수 있다. 어느 곳으로 입장해도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외나무다리가 볼만한 덕산해수욕장을 들머리로 하는 게 좋다. 덕산해수욕장에 너른 주차장이 있다. 해변으로 내려서면 외나무다리가 덕봉산까지 이어진다. 구불구불한 외나무다리와 펑퍼짐한 덕봉산, 그 뒤에 바다가 펼쳐진 풍광이 장관이다.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는 걸어볼 만하다. 해안 코스가 626m, 정상으로 이어진 내륙 코스가 317m 거리다. 우선 해안 코스를 한 바퀴 돌다가 적당한 지점에서 정상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된다.

58㎞에 달하는 삼척의 긴 해안선은 전체가 아름답다. 아늑한 포구와 해변 그리고 기암괴석의 갯바위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놓치지 말고 찾아봐야 할 곳이 새천년 해안도로다.

삼척해변에서 정라항까지 5㎞ 남짓한 구간을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달린다. 짧은 구간은 조금이라도 더 바다를 품으려는 것처럼 절벽 가까이에서 아찔한 길을 내고 있다.

삼척시가 가장 낭만적인 해안도로를 내려 물색하다 택한 길이라니 그 정취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기암괴석이 깔린 갯바위를 넘실거리는 파도를 보면서 달리는 운치 넘치는 길이다.

드라이브가 끝나면 해안절벽길을 걸어도 좋다.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은 촛대바위, 거북바위, 사자바위, 용굴 등 독특한 지형이 늘어선 해안 절경 외에 출렁다리가 자랑거리다. 끝자락인 용굴까지 총 660m 길이 해변을 따라 이어진다.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은 초곡항에서 어판장을 지나면 빠르게 연결된다. 전망대가 세 군데 있지만,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의 윤곽을 조망하기에는 1전망대가 가장 좋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드넓은 동해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은 지점이 보인다. 포토 존 모형 안에 푸른 바다가 동그랗게 담긴다.

바다가 더우면 깊은 계곡에서 더위를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덕풍계곡이 가장 앞서지만 삼척의 명산인 덕항산 줄기에 삼척활기치유의숲과 삼척활기자연휴양림이 붙어 있다. 이곳의 진짜 보물은 청정 계곡이다.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면 더위는 안녕이다.

삼척=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여행메모

△가는길=수도권에서 출발하면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으로 가다 동해고속도로를 갈아타고 종점에서 동해를 지나면 바로 삼척으로 들어간다. 36번 국도를 타고 태백에서 오는 방법도 있다.

△볼거리=깊은 계곡에 위치해 모노레일을 타고 입구까지 가는 삼척 대금굴을 비롯해 환선굴, 촛대바위, 죽서루, 수로부인 헌화공원, 임원항, 신기 너와집, 남근석으로 유명한 해신당공원, 무건리 이끼계곡, 미인폭포 등 볼거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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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jun2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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