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19일 영국 철도시설공단인 네트워크레일은 철로의 온도가 섭씨 62도까지 치솟았다고 밝혔다. 철로는 공기 온도보다 약 20도 높아질 수 있고 이로 인해 팽창 및 구부러짐, 파손 등이 발생하게 된다./사진=네트워크레일 트위터 캡처.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영국이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혼란에 빠졌다. 이상 고온으로 화재가 발생해 열차 운행이 중단되는가 하면 철로가 휘어지거나 도로포장이 녹는 현상도 발생했다. 영국 런던 소방당국은 '중대 사건'을 선포해 대응에 나섰다.
19일(현지 시각) 영국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중부 링컨셔주 코닝스비의 기온이 섭씨 40.3도를 기록했다. 런던 시내 히스로 지역도 기온이 오후 1시경 40.2도까지 치솟았다. 런던의 기온이 40도를 넘어선 건 올해가 처음이다. 역대 최고 기온은 2019년 여름 케임브리지의 38.7도다.
폭염으로 인한 사고도 연이어 발생했다. 극심한 더위에 철로가 휘거나 도로포장이 녹아 도로가 위로 솟는 등 도로 표면이 변형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영국 철도시설공단인 네트워크레일은 서포크 지역에 철로 온도가 62도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네트워크레일은 철로를 빠르게 달리는 열차로 인해 열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안전을 위해 열차 운행 속도를 제한했다.
늘어진 고압 전력선으로 화재가 발생해 철도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런던 소방당국이 '중대사건'을 선언했다. 불이 나지 않도록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한 엄마가 아기를 뜨거운 햇빛에서 보호하기 위해 양산을 쓰고 있다. 영국에선 이날 기온이 40도를 넘으며 역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상황이 이렇자 영국은 지난 15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다수의 학교가 휴교했고 철도와 지하철 운행 대부분이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하지만 무더위로 인한 피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가정집에 에어컨을 갖춘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냉방 시설을 갖춘 가구는 전체 3~5% 정도에 불과하다.
스티븐 벨처 영국 기상청 최고 과학 책임자는 "기상청 연구에 따르면, 영국 기온이 40도에 이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하지만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로 인해 극단적 상황이 현실이 됐다"고 BBC에 전했다.
한편 세계기상기구(WMO)는 다음 주 중반까지 예년보다 높은 기온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WMO 응용 기후서비스 분과장인 로버트 슈테판스키는 19일(현지 시각) 제네바 사무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럽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염과 관련 "현재의 기상 모델 분석에 따르면 유럽의 폭염은 화요일인 오늘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주 중반까지는 유럽에서 예년 수준을 넘어서는 기온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