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경기자
하루 신규 확진자가 2만명에 육박하는 등 코로나19 재확산이 현실화하면서 정부가 백신 4차 접종 확대를 검토하고 있지만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접종 가능한 백신들이 최근 유행 중인 오미크론 BA.5 변이 바이러스를 막는 데 큰 효과가 없는 데다, 지금 추가 접종을 하더라도 올 가을 또다른 변이가 출현해 확산할 경우 기대하는 감염 예방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 때문이다.
7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을 받은 국민은 3337만9346명, 전 국민의 65.0%로 집계됐다. 하지만 4차 접종을 받은 인구는 446만4087명으로 8.7%에 불과하다. 60세 이상 고령층 가운데 3차 접종을 마친 경우는 89.8%, 4차 접종률은 31.3%다. 기본접종인 1·2차 접종은 국민의 87% 이상이 완료했다.
국내에선 지난 3월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방역패스가 중단되고, 백신을 접종한 뒤에도 돌파 감염된 사례가 속출하며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현상도 확대됐다. 이에 따라 화이자 1216만회분, 모더나 394만회분 등 약 1835만여분의 백신이 남아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이나 자연감염으로 얻은 면역력은 통상 3개월, 최대 6개월 정도 지속된다고 보고 있다. 오미크론 대유행이 정점을 찍었던 3월을 기준으로 할 때 오는 9월이면 면역력을 유지하는 사람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지난해 11월부터 3차 접종을 받은 경우 이미 백신 면역력은 크게 떨어졌다.
방역당국은 현재 4차 접종 대상자를 60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저하자, 시설종사자 등으로만 한정해 권고하고 있다. 당국이 지난달 3·4차 접종을 받은 151만명을 분석한 결과, 3차 대비 4차 접종군의 감염 예방 효과가 20.3% 더 높았다. 중증화 예방 효과는 50.6%, 사망 예방 효과는 53.3% 더 높았다. 4차 접종으로 위중증·사망에 대한 피해 감소 효과는 확인했지만 감염 예방률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뜻이다.
기존 코로나19 백신들이 최근 유행 확산을 주도하는 BA.5에 대해서는 감염 예방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상당수 글로벌 제약사들이 연내에 오미크론 변이(BA.1)에 대응하는 개량 백신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이 백신 역시 BA.5에 대해서는 예방 효과가 3분의 1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진다. 더욱이 BA.5는 전파력이 강한 대신 치명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백신 접종 필요성 자체에 회의적인 의견도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기존 코로나19 백신이 변이에 대한 예방효과를 기대하긴 쉽지 않지만, 고위험군의 중증화율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어 이를 활용할 필요는 있다"며 "다만 개량 백신의 접종 계획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로선 전 국민 4차 접종을 강행할 만큼 충분한 근거 확보도 어렵고, 대규모 접종에 따른 의료인력 확보나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할 때 기대효과도 크지 않다"면서 "일부 변이까지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이 국내에 들어올 때쯤이면 결국 또 다른 변이가 나올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방역당국은 BA.5 등에도 효과가 있는 개량 백신 개발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며, 개발이 완료될 경우 신속한 도입을 위해 제약사와도 협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가 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정기석 한림대학교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BA.5에 대한 백신 효과가 아직 불충분한 상황에서 고령자나 면역저하자 외의 일반 국민들까지 강제적인 4차 접종은 필요하지 않다"며 "다만 새로운 개량 백신이 조만간 공급될 예정인 만큼 오는 10월쯤 물량을 최대한 확보해 전 국민이 동시에 접종을 하고 면역을 가지게 된다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