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가는데 200만원→350만원' 껑충 뛴 비행기 삯, 언제 떨어지나요

[금요스토리]
승객 늘어나는 속도, 비행기가 못 따라가
코로나 방역조치 등 영향
좌석 늘리기 까다로워져
치솟은 국제유가도 부담
"1~2개월 지나야 안정화"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커피빈 광화문점 앞에서 시민들이 에어서울 국제선 리오프닝 기념 할인 항공권 구매를 기다리고 있다. 에어서울은 국제선 운항 재개를 기념해 홈페이지 회원을 대상으로 괌, 사이판, 나트랑, 다낭, 보라카이 동남아 노선의 왕복 항공권을 최대 97% 할인된 가격에 선착순으로 판매한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최근 결혼한 직장인 정훈석씨(38·가명)는 신혼여행으로 하와이를 다녀왔다. 프랑스 파리와 저울질 하다 3월 미리 알아본 비행편(120만원)에서 조금 더 저렴한 하와이를 선택한 것. 파리는 올 여름 휴가지로 미뤄뒀던 정 씨는 최근 항공권을 예약하려다 깜짝 놀랐다. 아시아나항공 기준 인천~파리 왕복 항공권 가격이 350만원이었던 것. 그는 "몇 달 전 알아봤을 당시 200만원 가량 하길래 ‘이제 막 해외여행이 풀려서 아직 싼 티켓이 없나보다’ 싶었는데, 더 올라서 결국 내년 이후 가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항공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2년 넘게 일상을 짓눌렀던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화)으로 넘어가는 기류가 뚜렷해지면서 출장 등 해외방문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방학·휴가철 등 전통적인 성수기와 맞물리면서다. 찾는 이가 늘어도 그에 맞춰 탄력적으로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항공여객시장 고유의 특징도 한 몫한다. 고유가에 따른 유류할증료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2년여 만에 해외여행 계획을 세우는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한국항공정보포털 자료를 보면 이달 들어 전일까지 국제선 여객은 63만3317명(출발·도착 합산)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같은 기간 45만여명 수준에서 40%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국제선 운항편이 6408회에서 7497회로 17%가량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비행기보다 사람 늘어나는 속도가 두배 이상 빠른 셈이다.

지난 4월 인천 중구 운서동 대한항공 정비 격납고에서 관계자들이 봄을 맞아 ‘보잉 747-8i’ 항공기를 세척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사람이 몰린다고 항공사마다 좌석을 곧바로 늘리긴 불가능하다. 원래부터 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일인데, 여기에 코로나19 상황이나 방역조치가 더해지면서 한층 복잡해졌다. 코로나19 해외유입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2020년 4월부터 시간당 항공기 도착편을 제한하고 비행금지 시간을 정해 야간비행을 막아왔다. 인천공항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에는 시간당 40대까지 받았다가 최근 2년여간은 20대로 절반으로 줄였고, 방역인력운용 등이 어려워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를 비행금지시간으로 정했었다.

여객수요가 없던 시기에는 공급을 늘릴 일이 없어 이런 빡빡한 조치가 문제가 안 됐다. 지금은 달라졌다. 미리 준비를 해야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처지다. 항공권 구매가 통상 권리를 행사하기 수개월 전에 이뤄지고, 항공사 역시 그에 앞서 노선일정·비행편 등을 조율해야 하는데 방역조치가 몇 주 단위로 쪼개 적용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미리 대처하고 싶은 의지가 있지만 여건이 받쳐주지 못하는 셈이다. 시간당 편수제한·비행금지는 지난 8일부터 풀렸다.

정부가 ‘조기 정상화’하겠다는 목표로 항공편 증가속도를 높이고 방역조치를 완화키로 했으나 단기간 내 항공권 가격이 안정화되기까진 현실적으로 해결할 일이 많다. 티켓의 상당부분을 소화했던 여행사가 제 궤도에 오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입국 후 일정기간이 지나서 PCR검사 등을 받는 점도 수요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전쟁 등으로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점도 부담이다.

통상 운임에 별도부과하는 유류할증료는 국제유가뿐 아니라 환율에도 연동되기 때문에 고유가·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는 현재 상황에선 유류할증료가 높을 수밖에 없다. 업계는 적어도 1~2달은 지나야 항공권 가격도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여객운임은 정부가 승인한 범위 안에서 수요·공급 등 시장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다.

항공사 한 관계자는 "승무원 재교육이나 여객기 준비 등은 물리적으로 일찍 해결할 수 있는 일이지만 해외 방문국의 방역조치 상황, 여객수요에 맞춰 미리 일정을 짜고 판촉활동을 하는 건 두 세달 이상 걸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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