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기자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전 세계 가상화폐 시가총액이 1년 4개월여만에 1조달러 선 아래로 내려왔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 경기침체라는 거시경제 요소가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깔려있는 상황에서 가상화폐 대출 시장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불거져 투매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가상화폐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14일 오전 2만20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하루에만 18% 이상 떨어진 비트코인 가격은 추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트코인이 2만3000달러선 아래로 내려온 것은 2020년 12월 이후 1년 7개월여만이다. 올해 들어 비트코인 가치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으며 또 다른 대표 가상화폐인 이더리움도 올해 들어 가치가 3분의 2 하락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9373억8000만달러로 1조달러 선 밑으로 내려왔다. 1조 달러 선이 붕괴된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 4개월 만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가상화폐 시장이 이처럼 폭락하는 이유는 거시경제적 요소와 가상화페 시장 내부적 요인이 동시에 영향을 줬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1년 만에 최고를 경신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적 통화정책의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위험자산인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산 가상화폐 테라USD와 자매 코인 루나의 붕괴 사태에서 시작해 가상화폐 대출 플랫폼 셀시어스의 인출 중단 등 잇딴 사건들로 인해 가상화폐 시장 자체의 신뢰가 깨지고있다는 것이다. 테라 사태 이후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자 이를 담보물로 하는 가상화폐 대출 시장에서 보유하고 있던 가상화폐를 강제로 청산, 또 다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악순환에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날 셀시어스가 ‘극단적인 시장 여건’을 이유로 가상화폐 인출과 이체 등을 전면 중단한 것이 가상화폐 시장에 타격을 줬다. 이 업체는 그동안 개인 투자자가 자신의 가상화폐를 맡기면 기관투자자 등에 이를 대출해 18%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광고해왔다. 마치 은행 예금처럼 돈을 맡기면 이자를 챙겨주는 식이다. 셀시어스는 5월 기준 80억달러 이상을 고객에게 대출하고 120억달러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이 업체가 갑작스럽게 금융거래를 중단하면서 자체 코인인 셀(CEL) 가격도 폭락, 또 다시 테라 붕괴와 같은 사태가 벌어질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진 것이다.
겹악재에 시달리는 가상화폐 시장의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 거래소 루노의 비제이 아야르 부사장은 CNBC방송에 "향후 1~2개월간 비트코인 가격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지원하는 셀시어스의 라이벌 격인 가상화폐 대출 플랫폼 블록파이는 이날 비트코인 가격 폭락에 직원 20%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잭 프린스 블록파이 최고경영자(CEO)는 셀시어스 상황과 관련이 없으며 수익성 달성을 목표로 모든 플랫폼과 제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