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인턴기자
[아시아경제 문화영 인턴기자] 골프에 빠진 2030이 급격히 늘고 있다. 주말마다 라운딩을 나가고 기록을 업로드한다. 과거 성공한 중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골프'가 이제는 젊은 세대의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9일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 인구는 515만 명. 최소한 인구 10명에 한 명은 골프를 즐기는 셈이다. 특히 이중 2030세대도 115만 명에 달한다.
수도권의 경우 그린피만 30만원 안팎에 달하는데다 캐디피, 왕복 교통비, 식사비 등을 고려하면 1인당 라운딩 비용은 어림잡아도 50만원이 훌쩍 넘는다. 여기에 골프장비와 의류 구입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2030 골프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직접적인 영향으로는 '코로나19'가 꼽힌다. 해외여행 길이 막히면서 실외 활동으로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낮다는 인식에 골프 인구가 급증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일종의 보복 소비인 셈이다.
'오마카세'와 '파인다이닝' 역시 2030 사이에 인기다. 한 끼에 10만원을 훌쩍 넘는데도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색다른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 고객이 몰리고 있다. 심지어 5만 원이 넘는 호텔 빙수, 이른바 '금빙수'도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다.
유튜버 '부동산 읽어주는 남자(부읽남)'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젊은 층의 이같은 소비 트렌드에 대해 '허세 인플레이션'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를 '허세 피라미드'로 설명한다. 피라미드 윗부분에 있는 가구, 인테리어, 집, 차, 시계 등은 워낙 고가로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접근이 어려운 상황에서 골프, 명품, 파인다이닝 등에 수요가 몰린다는 의미다.
이들은 SNS를 통해 '허세 인플레이션'을 과시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 '오마카세'를 검색하면 접시에 담긴 고급 음식들이 나온다. 골프 라운딩 한번 가면 일주일 업로드 걱정은 끝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때문에 최근 주요 골프장에서는 골프 자체 보다는 라운딩 내내 인증샷 촬영에 열중인 젊은 골퍼 때문에 경기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이들을 겨냥해 고가 브랜드의 골프 의류를 빌려주는 업체들도 성업 중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2030세대의 은행 예·적금 가입이 줄고 가상화폐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2030세대 적금 신규 가입 구좌 수는 2019년 402만6688개였지만 2020년에는 392만1965개, 지난해에는 333만2224개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코인 거래를 할 때 필요한 케이뱅크 계좌를 새로 만든 가입자는 작년 4월에만 108만 명에 달하며 5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중 70%가 2030세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같은 소비 현상에 대해 "나름대로 타당성은 있는 소비"라면서도 "다만 가계에 책임감이 없는 대책 없는 소비는 위험하다"고 경계했다.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