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車 등 리스크 관리 총력…日, 앞다퉈 경제안보팀 신설

러-우크라 사태 여파 대응
현대車 통합리스크관리팀 운영…개발·생산·판매 전과정 살펴
삼성·LG도 전담조직 직책 신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정현진 기자, 김진호 기자, 문채석 기자] 국내·외 기업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이라는 대형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해 대비 태세에 나선 것은 위기 관리가 향후 사업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관련 팀을 통해 공급망 이슈와 물류·인력난 등 관련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는 한편 브랜드 관리 측면에서도 대응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통합리스크관리 업무협의팀(Cross functional team·CFT)을 지난 4월 만들어 운영 중이다. 이는 최근 불거진 대내외 리스크에 보다 빨리 대처하기 위해 전략·기획 분야를 비롯해 구매·개발 등 관련 부서의 담당자가 참여한 협의체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의 직속 조직으로 외국계 컨설팅회사 출신인 김태언 제네시스 글로벌기획실장이 이끌고 있다.

자동차산업이 수많은 협력업체는 물론 전·후방산업과의 연계성이 중요한 터라 현대차 입장에서도 주요 가치사슬이 촘촘히 얽혀 있는 공급망 관리는 원래부터 중요한 업무였다. 이런 상황에서 전사 부서가 관여한 CFT까지 만든 건 최근 들어 공급망을 비롯해 완성차 개발·생산·판매 전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가 훨씬 중요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동화·자율주행 등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가운데 개별 회사 차원의 대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돌발변수가 수시로 불거지고 있어서다.

현대차는 최근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미래 메가 트렌드로 인해 자동차산업은 역사 이래 가장 큰 변화에 직면해 있고 자동차산업 정책 역시 급격히 변함에 따라 리스크에 적절히 대응하는 게 더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코로나19 장기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불안정한 국제정세, 핵심부품인 반도체 수급 불균형도 큰 위험"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러시아에 운영 중인 완성차 조립공장이 부품 수급을 제때 못해 가동을 멈추자 현지에 보낼 차량용 반도체 등 주요 부품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 생산하는 등 유기적으로 대처해왔다. 유럽 핵심공장이 멈춰선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은 배경이다. 회사는 "리스크 요인 가운데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부분에 대해선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대응방향을 짜는 한편 주요 리스크가 발생한 배경과 원인을 분석,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세워 리스크에 대처코자 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종합 리스크 관리 전담 조직인 ‘BRM(사업위기관리)’을 신설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불거진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기존 부문별로 운영하던 리스크 관리를 한 곳에서 종합적으로 살펴 조율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향후 공급망 위기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등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유관부서를 모집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발빠른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LG전자도 최근 3년 만에 상반기 사업보고회를 열고 각종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봉쇄에 따른 영향에 물류비가 최근 급등한 만큼 이에 대한 대안 등이 집중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최고경영진이 직접 담당하는 최고리스크담당책임자(CRO) 직책도 새로 만들었다. 초대 CRO로 선임된 배두용 부사장은 현재 LG전자의 전사 위기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LG전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초부터 ‘안전 환경 보건 방침’을 새로 제정하는 등 위기 경영관리에 방점을 찍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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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선해양은 2019년부터 리스크 관리규정을 따로 만들어 외환·원자재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가 만드는 선박의 경우 유럽 등 해외 선사를 대상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대부분인 데다 글로벌 해운시장 역시 국제 지정학 정세에 직접 영향을 받는 구조다. 해외 사업장과 판매 네트워크가 많은 효성 역시 각 지역별 해외영업 담당팀이 국가별 이슈에 대응하고 있으며 한화그룹은 주요 계열사나 비슷한 사업군별로 사장단 회의를 수시로 열면서 지정학 리스크에 대처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달부터 주시보 대표가 직접 해외사업장을 돌면서 현지 공급망을 점검하는 현장경영을 시작했다.

일본 기업들도 경제안보를 핵심 리스크 요소로 보고 살피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히타치제작소는 지난 4월 섭외 부문 내 경제안전보장실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경제안보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석하겠다는 것이다. 중공업 업체 IHI는 지난해 10월 경제안전보장총괄부를 설치해 전략물자의 안정적 공급 등과 관련한 경제안전보장추진법에 대응해 사업계획을 세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기린HD는 경영진을 대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연수를 실시했고 이토추상사는 지난해 리스크 관리 지침을 세분화했으며 미쓰비시전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기 전인 2020년 사장실 직속으로 경제안전보장총괄실을 신설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서방 기업 대부분은 리스크 분석과 관련한 전문 조직을 마련해두고 있어 영국 셸의 경우 과학적 예측을 수반하는 시나리오 분석을 1970년대부터 도입, 이번에도 이에 근거해 러시아 사업 철수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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