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아프리카 풍토병인 원숭이두창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5월 초 영국에서 초기 사례가 보고된 후 유럽·미국 등지로 확산하더니 한달여만에 전세계 30개국에서 550건 이상의 감염사례가 확인됐다.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처럼 대규모 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입국 제한 등 방역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1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는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전 세계 30여개국에서 550건 이상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갑자기 원숭이두창이 출연한 것은 이 바이러스가 보통 발견되는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 국가 외에서 한동안 발견되지 않은 채 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WHO 원숭이두창 기술책임자인 로사문드 루이스 박사는 "현재로서는 우리가 원숭이두창 확산을 억제하기에 너무 늦은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며 "WHO와 모든 회원국들은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숭이두창은 중·서부 아프리카에서 풍토병화된 바이러스로 사람과 동물 사이에 상호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천연두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데, 발열과 두통, 근육통은 물론 얼굴과 몸에 발진, 수포, 농포 등의 발진이 나타난다. 원숭이두창은 감염 환자의 혈액 또는 체액(타액, 소변, 구토물 등) 등이 피부 상처 또는 점막에 닿는 직접 접촉을 통해 감염되거나, 환자의 성 접촉으로 정액을 통해서 감염될 수 있다.
감염 우려가 커진 건 비풍토병 지역에서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이례적을 속출하면서다. 지난달 7일 영국에서 아프리카 나이지리아를 방문했다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가 나온 이후 유럽·북미·호주·중동 등지에서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업데이트 된 WHO의 통계에 따르면 총 23개 국가에서 257의 확진과 117건~127건의 의심 사례가 확인됐다. 영국에서 가장 많은 106명의 환자가 나왔고 이어 포르투갈(49명), 스페인(20명), 네덜란드(12명), 독일(5명), 이탈리아(4명) 등 유럽 전역에서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북미 지역에서는 미국 10명, 캐나다 26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 윤 대통령 "코로나19 초기 중국 입국 금지 막았어야"…원숭이두창은?
WHO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관련 정보가 불충분하다고 밝히면서 걱정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근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으로 국내 유입 가능성 높아지면서 방역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원숭이두창 유입을 막기 위해 해외 입국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선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가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시행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기도 했던 만큼 입국 통제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코로나19 확산 초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국인 입국 금지'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청원인 수(76만1833명)를 기록할 정도로 국민 관심도 높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 문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이미 중국 정부가 코로나19가 퍼진 후베이성 등에 폐쇄 조치를 내려 중국인 입국자를 통한 감염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원숭이두창도 발원지 외 비풍토병 지역에서 발병이 확산하고 있어 특정국의 입국 통제로 감염 확산을 막기는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24일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입국자 발열을 체크하거나 건강상태질문서를 작성하는 등 감시를 강화했다.
여기에 원숭이두창 확산세가 거세질 기미를 보이면서 원숭이두창을 2급 감염병으로 지정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31일 위기평가회의를 열고 원숭이두창을 2급 및 검역감염병으로 지정하는 고시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 홍역 등과 같은 관리 체계를 적용받게 되는 것이다. 원숭이두창의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도 '관심' 단계로 발령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감염병 위기 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4단계로 나뉘며, 관심 단계는 해외 신종 감염병의 발생과 유행 시에 발령하는 조치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