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못 갈 뻔했다'…심야 택시 대란에 시민들 '발 동동'

거리두기 풀리니 '택시 대란'…시민들 불편 호소
택시 못 잡아 공유자전거·전동킥보드로 귀가하는 시민도
법인택시 코로나 이전보다 26.9% 감소
서울시, 심야할증시간 변경·지하철 연장 운행 등 대책 고심
"수요·공급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도입해야"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다음 날인 지난 19일 자정을 넘긴 시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서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 "집에 못 가는 줄 알았어요." 지난주 금요일 밤 서울 마포구 인근에서 모임을 마친 김모씨(28)는 택시를 잡지 못해 1시간 가까이 도로가를 서성여야 했다. 친구와 함께 각각 다른 택시 앱으로 호출을 시도했지만 잡히는 택시가 없었다. 결국 2호선 지하철 막차를 타고 환승역까지 이동해 다시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또 다시 허탕을 쳤다. 지하철역 인근 도로에는 김씨가 오기 전부터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몇몇 시민들은 공공자전거나 킥보드를 대여해 귀가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처럼 심야 택시 대란으로 불편을 토로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이 끊긴 심야 시간에 택시를 타지 못해 귀가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특히 금요일과 주말 밤에는 택시 잡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일부 택시기사들이 장거리 손님만 받는 등 '꼼수 운행'을 하고 있다는 호소도 이어진다.

택시를 잡지 못하자 일부 시민들이 공유자전거·전동킥보드로 귀가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음주상태에서 자전거, 킥보드를 이용하는 시민들 탓에 하마터면 이에 치여 크게 다칠 뻔했다고 호소하는 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혈중 알코올농도가 0.03%가 넘는 상태에서 자전거와 전동킥보드를 탑승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택시 대란의 원인으로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야간 유동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택시 운행률 하락을 꼽는다. 지난 25일 25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법인택시 운전자는 7만4754명으로, 코로나19 이전(2019년 12월)보다 26.9% 감소했다. 특히 서울 지역 내 법인택시 기사는 지난 2020년 2월 2만9203명에서 올해 2월 2만709명으로, 2년 만에 29%가 줄었다.

이에 서울시는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 중이다. 시는 택시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현행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인 택시 요금 심야 할증 시간대를 오후 10시에서 오전 4시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심야 할증 요금이 첫 적용된 지난 1982년 이후 40년 만의 변경 조치다. 다만 지난 2018년에도 심야 할증 시간대를 1시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서울시물가대책위원회 심의에서 부결돼 무산된 바 있어 변경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28일 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운행을 오전 1시까지 연장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기존 오전 1시였던 지하철 운행을 자정까지로 단축했으나, 택시 대란 등 교통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운행 시간을 다시 오전 1시로 연장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서울교통공사가 지난해 1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비용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 탑승장에서 개인택시들이 승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일각에선 열악한 근무환경과 비정상적인 수익 구조가 택시 부족 현상을 불렀다고 본다. 화물, 배달 등 일용직보다 노동시간 대비 수입이 적은 데다가 사납금이 비싸 기사들이 택시업을 그만둔다는 지적이다. 택시 기사들의 연령대가 고령이라 심야 시간대 운행을 꺼린다는 점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히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택시업계로의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는 택시 공급을 늘리는 것은 한시적인 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심야 할증 시간대 연장, 요금 인상 등의 현 대책은 결국 공급을 늘리기 위한 의도인데, 무작정 공급이 늘어나면 추후 교통환경의 변화가 생겼을 때 또 다른 문제가 초래된다. 공급과 수요의 간극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 있는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이같은 택시 대란 현상이 교통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유 교수는 "특히 교통에서 수요 공급을 일치시키기 쉽지 않다. 낮 시간에 맞춰 공급을 조절하면 유동인구가 많은 출퇴근 시간에는 부족하고, 출퇴근 시간에 맞춰 택시 대수를 늘리면 낮 시간에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나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도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글로벌 승차공유 플랫폼) 우버가 한국서 사업을 접은 지도 9년인데, 더 이상 미룰 문제가 아니다. 기존 택시업계에 갑작스러운 변화를 요구할 수는 없으니 당연히 충분한 시간을 둔 연착륙이 필요하고, 인센티브도 필요하고, 산업 간 갈등을 해소하고, 이런 것들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정부"라며 "공유경제 차원뿐만이 아니라 교통에서의 수요-공급 불일치 문제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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