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청년빈곤②]만남 피하고 식사도 거르는 청년들…20대 주거·30대 복지 빈곤↑

돈 때문에 사람 만나는 것 꺼려져
일상생활 어려움 호소
정부 교육 프로그램 참여 비율 26.9%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 공병선 기자, 오규민 기자]충정로 인근 고시원에 사는 이지애씨(33·가명)는 특별히 무엇을 사야 할 때 빼고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고시원에 또래 친구들은 전혀 없고 대부분 40~50대가 많이 산다. 친구들과도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서울역·용산·충정로 등 '청년 보기 어려워'…대인 관계 약화 우려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사람들 역시 현장에서 청년을 보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역 인근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신석철 참좋은친구들 이사장은 "아침·저녁 식사를 제공하고 있지만 젊은 친구들은 가끔씩 한 명 올까 말까 한다"며 "주변 시선을 의식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밝혔다.

노숙인을 돕는 서울역 쪽방상담소,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에서도 청년들을 보긴 어려웠다. 많은 노숙인들이 생필품을 제공받거나 무료 목욕 등의 도움을 받고 있었지만 60대 이상 노인들이 대다수였다.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20~30대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아무리 상황이 힘들어도 밖으로 나와 도움받지 않고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며 "대체로 뿔뿔이 흩어져 있으며 만약 쪽방촌 인근에 나오더라도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20대 경제·주거, 30대 복지 빈곤율↑…"지역사회 중심 정책 설계해야"

실제로 취약계층 청년 중 절반 이상은 일상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대인관계 형성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만 19~34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빈곤 청년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6.9%는 ‘돈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것이 꺼려진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가족 생일 등 기념일을 챙기는 것이 부담스럽다(49.6%), 생활필수품을 줄일 정도로 어려운 적이 있다(31.2%) 등의 답변도 있었다. 정부에 바라는 지원은 주거 안정(32.1%)이 제일 많았고 일자리 창출(17.5%), 생활비 지원(17.1%) 등이 뒤를 이었다. 빈곤 유형은 연령별로 차이가 있었다.

20대는 경제와 주거 빈곤이 높은 반면, 30대는 사회적 자본, 복지 빈곤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인 가구의 경우 복지, 주거 빈곤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훈련 교육프로그램 참여 경험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은 26.9%에 불과했다. 이들은 프로그램 자체가 있었는지 몰랐다고 답변했다. 인권위는 "청년 참여가 용이한 지역사회 중심 정책이 활발하게 추진돼야 한다"며 "지역과 청년이 밀접하게 연계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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