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진법조전문기자
입양한 16개월 여아 정인이를 학대 끝에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항소심 결심공판일인 지난해 11월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은 양모 장모씨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28일 나온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날 오전 11시 15분 살인 및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장씨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및 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기소된 양부 안모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연다.
양모 장씨는 2020년 6∼10월 입양한 딸 정인양을 상습적으로 폭행·학대하고, 10월 13일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앞서 1심은 장씨에게 살인 혐의와 아동학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안씨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장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검찰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 역시 "피해자에게 치명적 손상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살인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공소사실 중 '발로 정인이의 복부를 강하게 밟았다'는 부분에 '주먹이나 손 등으로 강하게 때렸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허가했다.
그리고 2심 역시 "피고인의 범행 방법은 ‘신체를 이용한 강한 둔력의 행사’이나, 그에서 더 나아가 ‘손 또는 주먹으로 강하게 치는 것’과 ‘발로 강하게 밟는 것’ 2가지 방법 중 무엇인지까지는 확정할 수 없다"면서도 '살인죄에 있어 범행의 방법은 이를 구체적으로 명확히 인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개괄적으로 설시하여도 무방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며 "이 법원은 피고인의 범행 방법에 대해 위 2가지 방법 중 하나라는 의미에서 아래 판시 범죄사실과 같이 '손 또는 주먹으로 강하게 때리거나 발로 강하게 밟는 등 강한 둔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개괄적으로 인정하기로 한다"며 장씨의 살인행위가 있었다고 봤다.
다만 2심은 장씨의 범행이 우발적 범행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장씨가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정인양을 병원으로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는 등 정인양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적극적으로 의욕하거나 희망했다고 추단할 수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형량을 무기징역에서 징역 35년으로 낮췄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의 중대성, 잔혹성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의 죄책은 매우 무겁다. 이에 더하여 아동에 대한 학대 및 살인 범행을 엄중히 처벌하여 동종 범죄의 발생을 예방하고 잠재적 피해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을 엄중한 형으로 처벌하여야 함은 물론이다"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다만 무기징역형은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켜 그의 자유를 박탈하는 종신자유형으로서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 다음으로 무거운 형이다"라며 "따라서 무기징역형을 선고하기 위해서는 형법 제51조가 규정하는 사항을 중심으로 피고인의 연령, 직업과 경력, 성행, 지능, 교육 정도, 성장 과정, 가족관계, 범죄전력,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사전 계획의 유무와 준비의 정도, 수단과 방법, 잔인하고 포악한 정도, 결과의 중대성, 범행 후 피고인의 심정과 태도, 반성과 가책의 유무, 피해 회복의 정도, 재범의 우려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을 충분히 조사하여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는 형의 선고가 정당화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어야 하고, 이러한 사정이 있는지는 형사사법의 대원칙인 죄형균형의 원칙, 책임주의의 원칙 등을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정인양을 방치하는 등 학대하고 장씨의 학대를 알고도 묵인한 혐의로 기소된 양부 안씨는 1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안씨가 정인양을 자신의 무릎에 앉힌 뒤 양손으로 정인양의 양팔을 꽉 잡고 정인양이 빠르고 강하게 손뼈을 치게 해 고통을 느낀 정인양이 울음을 터뜨렸음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하여 피해자의 팔을 잡아 강하게 손뼉을 치게 했다는 학대 혐의에 대해서는 안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안씨에게 정서적 학대행위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항소심 역시 아동복지법상 방임 등 혐의 유죄를 인정, 안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한편 '정인이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국회는 지난해 초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했다.
개정법에는 아동학대범죄의 법정형을 높여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아동학대범죄 신고가 있을 때 지방자치단체나 수사기관이 즉시 조사나 수사에 착수할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또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나 공무원이 신고된 현장 외의 장소를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과 아동학대 사건을 조사할 때 경찰이나 공무원이 신고자나 목격자, 피해아동과 아동학대행위자를 분리해 조사하도록 하는 조항 등이 신설됐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