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믿음기자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파이어(FIRE)족이란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빨리 은퇴하고 여생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영어 문구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경제적 자유, 조기 은퇴)’의 약자를 따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파이어족의 기준은 얼마일까. 많은 사람이 월 수익 500만원, 연 지출의 25배, 순자산 20억원을 꼽았다. ‘파이어’(페이지2북스)의 저자 강환국은 나이 38세에 파이어족 반열에 들어섰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코트라’ 입사 12년 차에 사표를 내고 전업투자자, 투자 유튜버, 투자 강사의 삶을 누리고 있다.
저자에게 ‘경제적 자유’의 싹을 심은 건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였다. 책 핵심을 요약하자면 ‘경제적 자유가 중요한데, 이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직장에서 열심히 일해서는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투자, 시장, 법, 회계에 대한 지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어릴 적 13년 정도 독일에서 생활한 그는 처음 체스로 돈을 벌었다. 귀국해 공익근무를 하면서 돈을 벌 방법을 궁리했고 그 방법으로 체스 강의를 택했다. 월 10만원 정도를 소비하고 나머지는 모조리 저축해 종자돈을 마련했다. 2004년부터는 주식 공부를 시작, 퀀트 투자(계량화할 수 있는 숫자에 기반해 투자 결정을 내리는 방식)에 나서 2005~2007년 어느 정도 수익을 거뒀다. 2008년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아 25%의 손실을 겪긴 했지만 체스 강의와 투자로 직장인이 되기 전에 2500만원을 거머쥐었다
제대 후 2009년 입사한 코트라에서는 처음부터 출세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저 경제적 자유로 가는 관문이자 종자돈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되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월지출을 30만원으로 잡고, 당시 월급 190만원을 저축하거나 투자해 2009년 말 자산 5000만원을 모았다.
2010년에는 임장에도 뛰어들었다. 경매 사부님을 따라 전국 곳곳을 돌아 임장을 했고, 충남 예산군에서도 외진 곳에 자리한 아파트 3채를 낙찰 받았다. 2011년 처분하면서 상당한 수익률을 달성했다.
저자는 처음 1억원을 만드는 게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덜 쓰고, 더 벌고, 투자하는 방법 중 덜 쓰는 방법의 효용이 가장 큰 시기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부모님 집에 더부살이하면서 지출을 최소화해 2012년, 입사 3년 만에 1억3000만원을 벌었다.
원금보전의 황금법칙이란 게 있다. 순자 산의 3~4%만 지출하라는 것인데 그렇게 4년간 독일 주재원으로 지내면서 5억3000만원을 가지고 귀국했다. 물론 해외생활 체류비가 따로 지급되며 연봉이 보너스를 포함해 1억원을 넘었던 것이 주효했다. 거기에 지출을 최소화하고 퀀트 투자에 몰두해 빠른 축적을 이룰 수 있었다.
저자가 소개하는 팁 하나는 ‘잘되면 대박이 나고 안 돼도 타격이 적은 일을 반복하라’는 것이다. 그 중 하나는 책 쓰기. 2017년 그간의 퀀트투자 노하우를 담아 ‘할 수 있다! 퀀트 투자’라는 책을 펴내 큰 호응을 얻었다. 인세는 물론 이곳저곳에서 강의와 강연 요청이 쇄도해 추가 수입이 생겼다. 콘텐츠 사업의 장점은 잘되면 대박이 나지만 잘되지 않아도 타격이 적다는 것이다. 2018년 저자가 펴낸 책 ‘가상화폐 투자 마법 공식’의 판매는 저조했으나 저자는 “시간과 에너지를 날리고 힘도 빠지긴 하지만 금전적인 손실은 거의 없었다.”
“시장의 90%는 애초에 우리 경쟁 상대가 아니다.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매일 뭔가 꾸준히 하면서 계속 버티면 된다. 꾸준히 하는 건 그 자체로 특별한 것이고 이렇게 성실할 수 있는 사람은 전체의 10%도 안 된다”는 신상철 머니맨 대표의 말에 저자는 큰 위안을 얻었다. 책-SNS홍보-강연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2018년 자산 10억원을 달성했다. 2021년엔 순자산 29억원을 모은 뒤 ‘파이어’를 이뤘다.
저자는 투자를 잘하는 비법으로 ▲철저히 검증된 전략에만 투자하라 ▲전략을 실행하는 도중에는 (2~3년 정도 전략이 잘 안 통하는 구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절대로 전략을 바꾸지 않는다 ▲(읽어도 타격은 적지만 성공하면 대박이 가능한 수준인) 자산의 5% 정도는 ‘모 아니면 도’에 투자하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그럼 회사는 언제 그만두느냐. ▲이직하는 직장을 확정지었거나 ▲연 지출의 최소 25배를 벌었거나 ▲부업으로 실제 돈을 벌었을 때이다.
종자돈을 만드는 최선의 방법은 절약이지만 모은 돈을 불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직장인으로 회사에 다니면서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로 수십억 부를 쌓은 사람, 직접 기업을 창업해 부자가 된 사람, 직장은 다니지 않고 전업투자로 부자가 된 사람, 파이어를 위해 물가가 저렴한 나라로 이민을 간 사람 등. 책에는 20명의 파이어족 성공 이야기가 담겼다.
파이어 FIRE | 강환국 지음 | 페이지2북스 | 428쪽 | 1만8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