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페랭, 알프레도 사랑 실천하고 눈 감다

21일 프랑스 파리서 별세…향년 80세
인본주의·자연주의 호소한 배우 겸 감독

영화 '시네마 천국(1988)'에서 살바토레(자크 페랭)는 알프레도(필립 느와레)가 유품으로 남긴 필름 통을 들고 로마로 돌아간다. 그는 영사 기사에게 상영을 부탁한다. 이윽고 은막에는 과거 신부의 검열로 잘려나간 수많은 영화 속 키스 장면들이 나타난다. 살바토레가 어린 시절 보고 싶어 했던 비밀의 낟알들이다. 뒤늦게 껍질을 벗기자 알프레도의 사랑이 새어 나온다. 살바토레는 소중한 추억을 가슴에 아로새긴다. 환한 웃음으로 눈물을 머금으며.

깊이 있는 연기로 아련한 향수를 자극한 배우 자크 페랭이 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별세했다. 향년 80세. 페랭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베테랑 배우다. 출연한 영화만 100여 편에 달한다. 발레리오 주를리니 감독의 '가방을 든 여인(1961)'으로 두각을 보인 뒤 쟈크 드미 감독의 '로슈포르의 연인들(1967)',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Z(1969)',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 천국' 등에서 활약했다. '계엄령(1973)', '마이크로 코스모스(1996)', '히말라야 지도자의 어린 시절(1999)' 등 촬영하기 어려운 영화들을 제작해 명성도 쌓았다.

영화 '시네마 천국' 스틸 컷

페렝은 인본주의와 자연주의를 실천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영화제 등 공식 석상에서 해양과 환경의 중요성을 자주 강조했다. 직접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도 연출했다. 대표적 작품으로는 '위대한 비상(2001)'이 손꼽힌다. 철새에 매료돼 각 분야 전문가를 불러모으고 '삶을 위한 비행'을 포착했다. 열악한 환경과 고난을 이겨내며 철새의 용기와 도전을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작품을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호운동에 앞장서며 철새 휴식처 등을 마련했다. 알프레도가 살바토레에게 소중한 선물을 안겼듯이.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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