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진법조전문기자
최석진의 법조스토리에서는 법원, 검찰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법조계의 다양한 이슈들을 다뤄보려 합니다. 주요 사건의 법적 쟁점이나 전망, 사건의 이면, 기사로 쓰지 못한 뒷얘기 등을 주제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조금은 자유롭게 써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그 열일곱 번째 스토리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법안 발의를 마친 '검수완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검수완박.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줄인말입니다.
말 그대로 1949년 12월 20일 처음 검찰청법이 제정·공포돼 시행된 때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제정 검찰청법 부칙 제38조가 '본법 시행 당시의 각 검찰청은 본법에 의하여 각기설치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이미 검찰청법이 제정되기 전부터 일부 검찰청은 존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한 검사의 권한으로 여겨졌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앤다는 의미입니다.
제정 검찰청법 제4조는 '검사는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속검찰청의 관할구역내에서 그 직무를 행한다. 단, 수사상 필요할 때에는 관할구역이외에서 직무를 행할 수 있다'고 규정, 검사가 소속검찰청 외의 지역에서도 수사 직무를 행할 수 있음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었습니다.
또 제5조에서 '검사는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그 권한에 속하는 사항 이외에 형사에 관하여 공익의 대표자로서 좌의 직무와 권한이 있다'며 ▲범죄수사, 공소제기와 그 유지에 필요한 행위 ▲범죄수사에 관한 사법경찰관리의 지휘감독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의 청구 ▲재판집행의 지휘감독 등 4가지를 검사의 직무 혹은 권한으로 열거했습니다.
이처럼 70년이 넘도록 유지돼온 검사의 수사권과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중 수사지휘권은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폐지됐는데, 이제는 검사의 수사권한을 아예 없애고 기소 여부 결정과 공소유지만 하게 만들겠다는 게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입니다.
물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검수완박'이라는 표현을 달가와 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검사가 수사를 아예, 혹은 전혀 못하게 되는 건 아니고 경찰공무원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소속 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 권한은 남아있는데 왜 '완전 박탈'이냐는 불만 같습니다. '완박'이라는 표현이 국민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쳐진다는 점을 의식한 반응일 것이구요.
그런데 민주당이 15일 발의한 법안을 살펴보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15일 소속 국회의원 전원의 명의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습니다.
먼저 검찰청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기사 위에 첨부한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제4조(검사의 직무) 조항에서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며 검찰의 직접수사가 가능하도록 했던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 조항을 모두 삭제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범죄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에 필요한 사항으로 돼 있던 검사의 직무에서 '범죄수사'를 없앴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현행 검찰청법에 대해 국가의 범죄 대응능력 약화를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수사권이 조정돼도 6대 중대 범죄는 여전히 검찰이 수사하게 된다'며 안심시켰는데, 불과 1년 몇 개월 만에 그 중요한 6대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자는 것이죠.
그때와 비교할 때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등 중요 범죄들이 줄은 것도 아니고, 경찰의 수사력이 대폭 강화된 것도 아닌데 말이죠. 앞서 검찰에 6대 범죄 수사권이 남게 돼 문제가 없다는 얘기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일단 통과시키기 위한 눈가림이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대목입니다.
나아가 검찰청법 직제 조항(제16조) 등에서 검찰수사서기관을 모두 검찰서기관으로 고치고 검찰총장이 사법연수원생이나 검찰수사서기관, 수사사무관 등으로 하여금 검사의 직무를 대리하게 할 수 있도록 한 검사의 직무대리 조항(제32조)도 삭제했습니다.
그리고 검찰수사관이 검사의 명을 받아 수사에 관한 사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 제46조 1항도 공소 제기나 유지에 관한 검사의 업무보좌만 할 수 있도록 바꿨습니다.
다음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보면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고 정한 제196조(검사의 수사)를 아예 삭제했습니다.
대신 제197조(사법경찰관리)를 제197조(사법경찰관리와 검사의 수사)로 바꿔 3항에 '검사는 다른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할 수 있다'는 내용을, 4항에 '제3항 및 다른 법률에 따라 범죄수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검사가 그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이 법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사법경찰관으로 본다'는 내용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형사소송법에 있던 수사 관련 조항들을 없애면서, 다른 법률에 따라 예외적으로 수사를 할 때(가령 위에 언급한 검찰청법상 경찰 공무원이나 공수처 소속 공무원에 대한 수사)는 형사소송법을 적용함에 있어 사법경찰관으로 보겠다는 취지입니다.
경찰의 수사가 미진할 때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도 없어졌습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고소인 등의 이의신청) 1항은 경찰이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을 했을 때 불송치 통지를 받은 고소인, 고발인, 피해자 등이 이의 신청을 하면 경찰은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고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송부해야 했습니다.(제245조의 7)
그런데 개정법에서는 검사가 경찰에게 보완수사요구를 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한 제197조의2(보완수사요구) 1항에 3호를 신설해 이런 경우에도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고, 다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도록 했습니다.
또 경찰의 수사 과정에 법령위반, 인권침해,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의심돼 검사가 경찰로부터 사건기록 등본을 송부받아 검토한 뒤 시정조치를 요구했을 때,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검사가 경찰에 사건 송치를 요구할 수 있는 규정(제197조의3 5항)도 삭제했습니다.
나아가 검사가 경찰로부터 송치받거나 송부받은 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범죄 혐의를 인지하게 된 경우에도 직접 수사할 수 없고, 사법경찰관에게 수사를 요청할 수만 있도록 했습니다.(제245조의5 2항)
또 피의자의 긴급체포(제200조의3)나 구속(제201조), 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강제처분(제217조), 피의자신문(제241조) 등 수사와 관련 있는 조항에서 검사를 모두 삭제하고 사법경찰관만 주체로 남겼습니다.
가령 피의자 구속에 관한 제201조를 보면, 현재는 검사가 관할지방법원 판사에게 직접 구속영장을 청구,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구속하거나, 사법경찰관이 검사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해 검사의 청구를 거쳐 판사에게 영장을 발부받아 구속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주체에서 검사는 빠지고 오직 경찰만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부칙은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면서 법의 시행일이 언제부터인지, 공포일로부터 곧바로 시행할지 혹은 유예기간을 둘 것인지, 또 개정 전 법조항과 충돌하는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등을 규정하는 부분입니다.
이번에 민주당이 발의한 검찰청법 개정안이나 형사소송법 개정안 모두 부칙 제1조(시행일)에서 '이 법은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토록 검수완박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민주당이 법률안이 통과된 뒤 공포일에 곧바로 개정법안이 시행되도록 정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건 당장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면 6대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에 공백이 생기는데, 이를 대체할 기관에 대한 준비가 전혀 돼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도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등 법안을 수차례 발의한 바 있는데, 이번 '검수완박법'은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승리한 뒤 너무 갑자기 추진돼다 보니 검찰이 수행해온 6대 범죄 수사 권한을 어디로 이관시킬지에 대해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법을 시행하겠다고 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수사 공백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해, 일단 검찰 수사권부터 없애놓고 나머지는 나중에 생각하자, 뭐 이런 식의 입법 추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제 생각이 아니라 실제 이번 검수완박법 강행 처리의 선봉에 서 있는 황운하 민주당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글을 통해 확인된 내용입니다.
황 의원은 "중수청 법안을 추진하자니 쟁점이 많아 논의가 길어지게 되면 5월 9일 이내 법안 공포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그래서 시급한 법안인 검찰직접수사권 근거조항 삭제 법안부터 우선 처리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또 황 의원은 검수완박이 실현되면 "검찰이 가진 6대 범죄 수사권은 어디로 가는 게 아니고 그냥 증발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국가수사총량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기가 막히는 발상입니다. 형사소송법의 가장 중요한 두 이념은 실체적 진실발견과 피의자의 인권보호입니다.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건 국가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입니다. 줄여야 할 것은 '범죄'의 총량이지 '수사'의 총량이 아닌데, 민주당은 지금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데 공백이 생긴다 해도 이를 감수하고 수사 총량을 줄여서라도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 오직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 발의된 개정법안들이 통과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각 개정법안의 부칙을 보면 그 답이 나옵니다.
민주당이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부칙 제2조(검찰에 수사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한 경과조치)는 '이 법 시행 당시 검찰에 수사 계속 중인 사건은 해당 사건을 접수한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경찰청이 승계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또 검찰청법 개정안 부칙 제4조(소관 사무에 관한 경과조치)는 '이 법 시행 당시 종전의 제4조 1항 1호에 따른 범죄수사 사무는 경찰청이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6대 범죄 사건 등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들을 모두 관할 경찰청이 승계해 수사하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와 관련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법 개정의 숨은 의도는 대부분 부칙에 숨어 있다"며 "'국민을 위해서' 법을 개정한다고 하지만 대부분이 구라이고, 법 개정의 흉계는 부칙에서 드러난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부칙 제2조를 언급하면서 "이 말은 지금 검찰에서 수사 중인 대장동 사건, 산자부 블랙리스트 사건, 삼성웰스토리 지원 사건 등을 중단시키겠다는 뜻"이라며 "대부분 부칙에는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은 그대로 유지하는 규정을 두는데, 검수완박법에는 반대로 각 지방경찰청으로 뺏어가는 규정을 두고 있다. 즉, 검수완박의 진짜 의도는 자신들에 대한 수사를 막겠다는 것임을 대내외에 당당히 공표한 것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국회 의석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검수완박법' 통과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마저 민주당이 정의당을 설득해 180석을 확보하거나, 이른바 살라미 작전으로 불리는 '회기 쪼개기' 수법을 동원하면 불가능해집니다.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실제 민주당의 계획대로 5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의결·공포된다면 다음 방법은 헌법재판소에서 개정 법률의 위헌성을 다투는 일일 것입니다.
헌재는 법이 공포된 뒤 아직 시행되기 전이라도, 장차 시행될 것이 확실할 때에는 헌법소원심판이나 위헌법률심판 청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민주당이 만든 검사의 수사권 박탈 법안에 대해 검찰에서는 검사를 영장 청구의 주체로 규정한 헌법 조항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신체의 체포·구속·압수·수색영장에 관한 헌법 제12조 3항과 주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에 관한 헌법 제16조는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주체를 '검사'로 특정하고 있습니다. 연혁적으로는 헌법 제정 당시 '수사기관'이었던 영장 청구 주체가 4·19 혁명 이후 만들어진 5차 개정 헌법에서 '검찰관'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경찰의 영장신청에 의한 인권침해를 막겠다는 입법자의 결단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죠.
그리고 영장 청구는 당연히 수사를 전제로 한 개념이기 때문에 '검사만 수사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검사가 수사기관이 아니다'라거나, '검사가 수사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의 법을 만든다면 그것은 우리 헌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검찰의 설명입니다.
헌법소원의 경우 기본권을 직접 침해당한 당사자가 청구할 수 있는데, 검사의 수사권을 기본권으로 보기는 어렵고 개정 법률들로 인해 구체적으로 범죄 피해를 당한 국민이, 혹은 장차 범죄 피해를 당해도 검찰의 수사를 요구할 수 없게 된 국민이 기본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오히려 가능성이 높은 건 검찰청법상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검사를 지휘·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 의해 권한을 침해받았다'는 이유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 헌재가 받아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헌재법 제제65조(가처분)는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심판의 청구를 받았을 때에는 직권으로 또는 청구인의 신청에 의해 종국결정의 선고 시까지 심판 대상이 된 피청구인의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법무부 장관이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서 개정 검찰청법과 개정 형사소송법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하면, 헌재가 본안심판의 대상인 권한 침해 여부 판단에 앞서 일단 법의 시행을 헌재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정지시킬지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죠.
김선택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검수완박 법안은 권력분립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검찰권이나 수사권 모두 행정부에 속한 권한인데, 집행기능 담당부서인 행정부와 전혀 협의가 안 된 상황에서 법률만 바꾸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번 사안은 사법부가 판단할 영역이라기보다는 정부와 국회가 협의해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할 문제"라며 "헌재에 사건이 넘어가도 최종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정부와 국회의 협의가 있을 때까지 일단 법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결정을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부터 검찰개혁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꼽고 밀어붙여 왔습니다.
검경 수사권이 조정돼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 대상이 대폭 축소됐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도 사라졌죠. 반면 경찰은 종전에는 사건을 수사한 뒤 모든 사건을 검찰로 송치해 검사의 법률적 판단을 거쳐야 했지만, 이제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습니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중요 범죄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검찰이 계속 하게 될 것이고, 경찰의 부실 수사는 검사의 보완수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었죠.
그런데 법 시행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민주당은 검사의 6대 범죄 수사권이나 보완수사권 등을 모두 없애자고 합니다.
그럼 과연 그 사이 검사의 수사권이 불필요할 만큼 범죄가 줄어든 것일까요?
여러 통계자료를 통해 확인 되는 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고소·고발 사건의 수사가 눈에 띄게 더뎌졌다는 사실입니다. 일선 수사 현장에서 피해자를 대리하고 있는 변호사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입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이용구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나 'LH 부동산 투기' 사건에서 보여준 경찰의 모습은 과연 경찰에게 모든 수사를 맡겨도 되는 건지 의문이 들게 합니다.
출범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기소 한 건 못하고 '이성윤 황제 에스코트', '불법 압수수색', '무분별한 통신조회' 등 논란만 일으키며 ‘윤석열 수사처’로 전락한 공수처는 더 얘기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검찰개혁을 막은 건 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편향적인 인사였지 제도 탓이 아니었습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에 대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과반수 이상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법조계나 학계는 물론 평소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적극 동참해온 민변이나 참여연대마저도 반대하고 있죠. 어떤 이슈에 대해 이처럼 모두가 반대한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민주당 외에는 찬성하는 입장을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누구보다 강하게 '검찰개혁'을 외쳐온 참여연대 공동대표 한상희 교수는 최근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너무 느닷없이 이야기가 되는 것"이라며 "마치 의사가 환자 배 속에 종양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배부터 먼저 갈라놓고 그 다음에 한번 훑어보자는 식"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민주당이 발의한 검수완박 법안이 느닷없고, 생뚱맞다는 얘기입니다.
민주당은 수사·기소 분리를 주장하지만, 이 또한 수사 실무와는 거리가 먼 얘기입니다.
수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기소를 위한 전단계에 불과합니다. 기소라는 건 범죄자를 재판에 넘겨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게 하기 위한 것이구요.
현재 검찰 내에 따로 공판부를 둬서 공소유지 업무를 맡기고 있지만, 사건을 가장 잘 이해하고, 피고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수사를 담당한 검사입니다.
국정농단 사건이나 삼성 그룹 사건 등 중요 사건에서 왜 수사를 담당한 부장검사가 직접 법정에 들어가 공소유지에 참여하겠습니까. 직접 피의자를 조사하고, 피의자가 답변하는 태도를 확인한 검사가 가장 사건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이번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의사에게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말고 간호사가 보낸 환자와의 문답 보고서만 보고 처방을 내리라는 것과 똑같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물론 경찰에도 경찰대 출신 간부가 늘어나고 변호사 자격을 가진 경찰 수도 늘어나면서 이전과 비교해 수사 역량이 눈에 띄게 높아진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법률 전문성이나 인권보호 측면에선 평균적으로 검사가 우위에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검사는 과거에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에서, 현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수료 후 변호사시험이라는 판사와 똑같은 과정을 거쳐 임관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이 영장에 관해 규정하면서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관할지방법원판사의 구속영장을 받아"라는 표현을 쓴 데에는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습니다.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20년 이상 수사라는 업무를 맡아 전문성을 키워온 검사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수사는 하지 말고 기소만 해라'라는 법을 만들기까지, 과연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는지, 또 70년 이상 유지돼온 형사사법체계의 틀을 바꾸면서 부작용에 대한 고민과 대안 마련 노력은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민주당이 '검수완박법'을 발의한 15일 "결국 이 법안이 통과되면 피해를 보는 건 오로지 힘없는 국민들 뿐이고 힘센 범죄자들은 사실상 제도적으로 죄를 짓고도 처벌받지 않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범죄자뿐"이라며 "지난 5년간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명분 없는 야반도주까지 벌여야 하는지 국민들께서 많이 궁금해하실 것"이라고 민주당을 겨냥했습니다.
민주당 외에는 대부분 국민이 반대하고, 국회에서 통과되면 큰 혼란이 초래될 게 뻔한 '검수완박법'이지만 현실적으로 국회 다수당의 폭주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게 슬픈 현실입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