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화기자
코아스 파주공장에서 로봇이 사무용 의자 하단부를 용접하고 있다. [사진제공=코아스]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요즘 산업현장에서 생산성만큼 중시되는 건 근로자 안전이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엔 더 그렇다. 이런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해 준 게 바로 ‘산업용 로봇’이다. 화학물질을 다루거나 사출이나 절단·용접작업 같이 위험한 일, 단순·반복작업이지만 고된 현장에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투입되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사고 위험도 줄고 있다.
매출 1000억원 규모의 사무가구 생산업체 코아스는 가구제작 공정 대부분에 로봇을 투입한다. 코아스 파주공장의 목재·무늬목 가공 현장에선 작업대 위 자재들을 미리 정해진 크기와 수치에 맞게 로봇이 자동으로 재단해 다음 단계로 넘기면 다른 로봇이 이어 받아 마감작업을 한다. 또 다른 로봇은 자재를 세척한다.
의자를 만드는 다른 작업동은 사방에서 불꽃이 튄다. 용접로봇이 쉴새없이 의자 하단부를 접합하는 것이다. 과거 사람이 하던 작업을 10여년 전부터 로봇이 넘겨받았다. 코아스 관계자는 "절단이나 용접 등 위험한 작업공정은 로봇이 담당한다"면서 "이를 통해 생산성이 향상되고 제조 낭비비용도 20% 가량 절감돼 효율적인 생산공정을 구축하면서 품질은 더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연우의 다관절 로봇이 금속 화학연마(아노다이징) 작업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근로자가 보호복과 방독면을 쓰고 직접 작업을 했다. [사진제공=연우]
최근 한국콜마의 인수로 더 유명해진 회장품용기 제조업체 연우는 이미 8년 전부터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연우는 중견기업으로는 드물게 현재 스마트공장의 최고레벨인 ‘고도화단계’에 들어서 있다.
금속 화학연마(아노다이징) 공정과 사출, 금속제 제품제작공정 등은 보호복과 방복면을 쓰고 작업해야 했지만 이 작업을 로봇에게 넘겼다. 인력·설비·재료·작업공정 등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생산라인 로봇의 이상유무와 로봇 부품의 수명도 바로 파악할 수 있다.
박순종 연우 경영관리부문장은 "황산 등 위험물질을 다루는 작업장의 분위기는 언제나 팽팽한 긴장 상태였는데 로봇이 작업하면서 가장 안전한 작업장 중 한곳이 됐다"면서 "직원들이 안전해지면서 생산성도 20% 정도 향상됐고, 공장가동률도 동종업계(70%)를 웃도는 90%까지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유진한일합섬 의령공장에서 무거운 섬유롤을 옮기는 로봇의 작업을 직원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유진한일합섬]
유진그룹의 섬유제조계열사인 유진한일합섬에서는 생산현장 근로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 로봇을 도입했다. 이 공정에서는 무거운 섬유롤을 운반·포장해야 하기에 과거 근로자들은 만성적인 어깨, 목 등의 통증을 호소했다. 회사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한국섬유기계연구원이 진행하는 실증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계기로 지난해 경남 의령공장에 제조로봇을 설치했다.
정용식 유진한일합섬 의령공장장은 "로봇과 자동화 공정을 도입하면서 생산현장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고 생산성도 향상됐다"면서 "일거양득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로봇이 효자고 필요한 이유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유진한일합섬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로봇 도입 후 근로환경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작업 만족도는 30% 높아졌다. 작업효율 상승에 따른 불량률도 50% 이상 줄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