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영기자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구글이 이달부터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우회해 인앱결제(앱마켓 사업자 결제시스템을 사용하는 것) 강제 정책을 시행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순차적으로 절차를 밟는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단체들은 "이미 소비자 피해가 발생 중"이라며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앱마켓 사업자인 구글은 이달 1일부터 자사 결제 정책을 준수하지 않는 앱에 업데이트를 제출할 수 없도록 하는 정책을 실행한다. 6월 1일까지 미준수가 이어질 경우 구글 플레이에서 앱 삭제 조치도 취할 수 있게 한다. 구글은 앱 개발사들에 인앱결제 혹은 인앱결제 시스템 내 제3자결제 방식만을 허용했으며 외부링크를 통해 웹페이지에서 이뤄지는 결제는 불허했다.
방통위는 지난 5일 '구글의 인앱결제(앱마켓사업자 결제시스템을 이용하는 것) 의무화가 구글갑질방지법 제50조 제1항 제9호의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구글은 이달 1일부터 인앱결제 정책을 시행하면서 외부결제를 유도하는 앱 내 아웃링크를 금지해왔다. 사실상 앱 개발사들에 인앱결제 시스템 사용을 강제한 것이다.
방통위는 실태점검을 통해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위반 사실 확인 시 사실조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위가 구글이 정책을 내는 것만으로 선제적으로 '위법' 소지가 있다고 말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신고 접수를 받는 것만 기다리기보다 실태점검을 나서고 보다 적극적으로 인지수사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혁 방통위워장 역시 구글의 법 위반 가능성과 조치를 묻는 질문에 "우리가 보기에 위법 소지가 있더라도 행위가 있어야 처분을 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방통위는 사실조사 중 자료 재제출 명령을 이행하지 않거나 금지 행위의 중지 등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최근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이행 강제금 부과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앱 개발사 피해 사례를 수집·분석하기 위해 '앱마켓 부당행위 피해사례 신고센터'도 개설할 계획이다. 파악된 피해사례에 대해 법률·기술 분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앱 마켓 피해구제 지원단'도 구성한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소비자 피해가 늘기 전에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서울YMCA는 성명을 내고 "방통위는 위법행위 발생을 기다려 실태점검을 통해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위반 사실 확인 시 사실조사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한다"며 "그러나 소비자피해는 이미 현재 진행형"이라고 짚었다. 실제 구글이 인앱결제 정책을 강행하면서 일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이 요금을 15%가량 인상한 상태다. PC를 통한 접속을 촉구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YMCA는 "규제가 거대독점사업자의 편법행위를 따라잡지 못하고 꽁무니만 쫓는 동안 소비자의 피해는 차곡차곡 누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소비자와 앱마켓 이용 사업자 피해는 점점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법을 회피하고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해외사업자에 대한 방통위의 선제적 대응도 촉구했다. 국회에도 4월 임시국회 처리에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구글이 위법 사실을 순순히 인정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 현재 구글은 인앱결제 외에 앱 개발사의 외부결제를 허용했다는 논리로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행정 소송 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높다. 구글이 인앱결제 수수료로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연간 8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새 결제 정책 시행 시 수익은 1조3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