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곧 공개 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건희 등판설'은 지난 대선 레이스 내내 꾸준히 제기됐지만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연이어 터지면서 끝내 불발됐다.
지난해 12월 '대국민 사과' 이후 말을 아껴온 김 여사는 오는 5월1일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그간 비공개로 해왔던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공개 전환하고, 한 매체를 통해 소소한 근황이 담긴 사진이 공개됐다.
대통령의 배우자로서 공식 활동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활동 재개를 위한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앞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소명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여사는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양강 대선 후보 다음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인물이다. 지난해 6월 윤 당선인의 정계 입문 이후 김 여사가 과거 '쥴리'라는 예명으로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의혹을 시작으로, 대선 레이스 동안 김 여사의 학력·경력 위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무속 의혹이 연거푸 불거졌다. 또 유튜브 기반 매체 '서울의소리' 소속 기자와의 통화 내용이 담긴 이른바 '7시간 통화록'이 공개되면서 국민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김 여사는 본인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이른바 '쥴리 의혹'에 대해서는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를 통해 "석사 학위 두 개나 받고 박사 학위까지 받고 대학 강의 나가고 사업 하느라 정말 줄리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재직 기간을 부풀리거나 수상 내역을 거짓 표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YTN을 통해 "돋보이려고 한 욕심"이라며 의혹에 대해 일부 인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선 내내 김 여사의 '허위 경력' 의혹이 잠잠해지지 않으면서 대선 후보 배우자가 대국민 사과를 하는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당시 김 여사의 논란이 커지며 대선 후보였던 윤 당선인의 지지율이 출렁이자, 김 여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앞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12월26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는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 잘 보이려고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며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었다. 모든 것이 제 잘못이고 불찰이다. 부디 용서해달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또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의 정치 활동에 최대한 참여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김 여사의 공개활 동 관련 메시지는 미묘한 변화를 보였다. 윤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된 지난달 10일 김 여사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여건이 허락된다면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회의 그늘진 곳에 당선인이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최근 김 여사는 비공개였던 개인 SNS 계정을 공개로 전환하거나, 자택 근처에서 경찰견과 찍은 김 여사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그간의 잠행을 끝내고 곧 공개 활동을 개시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각에선 직업이 있는 최초의 대통령 배우자인 만큼 김 여사의 문화·예술 분야 전공을 살려 공개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여사의 공개 활동이 점쳐지자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주가조작 등 김 여사 관련 의혹 해소가 먼저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최강욱 민주당 의원은 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사자는 (검찰에서) 출석 요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요구를 받은 적 없다고 부인하거나, 조사에도 응하지 않고 대선 이후로 넘겨달라고 했다거나 이런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왔다"며 "(대선) 후보로 나선 당사자와 아주 가까운 관계에 있었고, 그와 관련한 수사가 방해받고 있었다는 법원 판단까지 공식적으로 따라와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증대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도 4일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 선거 기간 제기된 무수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은근슬쩍 공개 활동을 하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오히려 김 씨가 대통령 부인으로서 국민의 인정을 받으려면 자신에 대한 의혹들부터 철저하게 규명되도록 협조하는 것이 우선 아니겠나. 논문 표절, 학력 위조, 경력 위조는 물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무수한 의혹이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는데 마치 없는 일처럼 굴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여사 관련한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6일 "공정도 원칙도 없는 수사기관의 코드 맞추기 충성경쟁이 도를 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대해 전광석화같던 수사가 당선인 측근과 김건희씨에 대해서는 요지부동으로 꿈쩍도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는 각종 의혹을 받는 김 여사는 공식활동 과정에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남편이 대통령이기 때문에 김건희 여사도 공식활동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전시기획자라는 직업을 살려서 외국의 사례처럼 '직업이 있는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면 좋겠지만, 그간 의혹이 크게 있었기 때문에 사업을 하더라도 남편 후광으로 특혜를 입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 쉬울 것이다. 적극적인 직업 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여사가 직접 언급한 것처럼 사회 취약계층을 돌보는 등 사회봉사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진정성을 가지고 임한다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국민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