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경찰 보디캠 삭제 논란… 사비 구입땐 영상보관 규정없어

피해자 측서 삭제 의혹 제기
경찰 "등록절차 없이 사용"
전문가들 "국가서 지급해야"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5시 5분께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 3층에서 일어난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관련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서는 피해자 가족이 현장으로 올라갔지만 현장 출동한 경찰들이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건물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이 포착됐다. /사진=피해자 가족대표 제공 영상 갈무리

[아시아경제 오규민 기자]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당시 CCTV가 공개된 가운데 보디캠 삭제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피해자 측은 5일 기자회견에서 증거인멸 가능성을 주장한 반면 경찰은 저장용량이 넘쳐 녹화되지 않았다며 삭제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이 사비로 구입한 보디캠의 경우 삭제를 해도 처벌이나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이 자비로 구입한 보디캠은 사용 등록 등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으며 녹화본, 저장장치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나 제재 조항 등이 없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등록을 따로 안 하고 보디캠을 일선 경찰서에서 그냥 쓰는 것으로 안다"며 "본인이 필요해서 쓰는 것을 우리가 나서서 규제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디캠에 저장된 영상은 일선 경찰관들이 사건 현장에서 초동대응 여부, 정당한 공무집행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는 보디캠이 보편화됐다. 하지만 사비를 들여 산 보디캠 영상은 규제 바깥에 있어 경찰관 재량에 따라 영상 삭제·조작 등이 가능하다.

경찰청은 일선 경찰관 몸에 카메라를 부착하는 보디캠(웨어러블 폴리스캠)제도를 2015년 11월부터 6년간 시범 운영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개인정보 침해 소지 등 법적 근거 마련이 이뤄지지 않아 운영이 종료됐다. 당시 경찰청은 ‘웨어러블 폴리스캠 시스템 운영 규칙’을 만들어 보디캠 사용과 이에 대한 기록관리를 했다. 규칙에는 ‘30일간 영상기록 보관 의무’ 등이 명시돼 있었지만 현재 사용하는 보디캠에 대해선 이 규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범 운영 때 적용된 운영 규칙 등은 현재 폐기 상태"라고 말했다.

보디캠 사용 규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관련 사건들은 빈번하다. 지난해 2월 경기도 평택에서 현장 출동한 경찰관이 피의자를 ‘과잉진압’하고 보디캠 영상을 지워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충북 청주에서 보디캠을 지구대 화장실에 설치해 ‘불법 촬영’을 한 혐의를 받은 경찰관도 있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사적으로 보디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규제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차라리 정부 예산을 들여 보디캠을 공식적으로 지급해 관리절차 규정 등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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