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혁 감독, 차기작도 자본주의와 실패자 이야기

영화 '노인 죽이기 클럽' "움베르토 에코 글에서 영감"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에서 실마리 찾은 듯
"'오징어 게임' 두 번째 시즌, 2024년 말까지 공개 희망"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 콘텐츠 시장을 뒤흔든 황동혁 감독이 차기작으로 영화를 준비한다고 언급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황 감독은 프랑스 칸에서 열린 국제 영상콘텐츠 박람회 밉TV(MipTV) 행사에서 "다음 작품은 영화 '노인 죽이기 클럽(Killing Old Men Club)'"이라고 밝혔다. 그는 "움베르토 에코의 글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이미 스물다섯 장 분량의 대본을 썼다"고 말했다. 이어 "논란의 여지가 있을 법한 영화로, '오징어 게임'보다 더 폭력적일 것"이라며 "영화가 나온 다음에 노인들은 숨어다녀야 할지 모른다"고 했다.

에코의 유작 에세이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에서 창작의 실마리를 찾은 듯 보인다. 에코가 이탈리아 잡지 '레스프레소'에 수십 년 동안 '미네르바 성냥갑'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해온 칼럼을 묶어낸 모음집이다. 에코는 젊은 층으로 확산하는 프레카리아트(불안정한 고용·노동 상황에 놓인 비정규직·파견직·실업자·노숙자) 문제를 지적하며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자식 없는 노인부터 제거하자고 제안한다.

"예전에는 평균 예순이면 죽었다. 오늘날엔 아흔까지 산다. 연금과 사회 보조금을 30년이나 더 받아먹는다는 말이다. 알다시피 연금과 사회 보조금은 젊은이들이 지불한다. 젊은이들이 열심히 일해서 수많은 노인을 먹여 살린다는 뜻이다. (…) 반면에 정작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치고, 그래서 노인들의 연금이나 보조금을 댈 능력이 없다."

황 감독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빚어낸 프레카리아트에서 우리나라의 '88만 원 세대'나 유럽의 '700유로 세대'를 떠올린 듯하다. 알고 보면 '오징어 게임'도 자본주의와 실패자의 이야기다. 황 감독이 TV 뉴스에서 쌍용차 사태를 접하고 평범한 직장인이 하루아침에 사회 밑바닥을 구르는 현실을 생각하며 대본을 썼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한순간 실패자로 전락할 수 있다. 창작자로서 그런 문제를 내포한 인물을 창조하곤 한다"면서 "그렇게 탄생한 배역이 성기훈(이정재)이다. 실제 경험까지 반영해 불안정하고 힘든 사회를 가리켰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두 번째 시즌은 아직 준비 단계다. 황 감독은 "대본을 쓰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2024년 말까지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거장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만난 일화도 들려줬다. 황 감독은 "미국 영화연구소(AFI) 시상식 오찬에서 만난 스필버그가 '당신 드라마를 사흘 만에 다 봤다. 당신의 뇌를 당장 훔치고 싶다'고 말했다"며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칭찬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문화스포츠부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