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자영업자 사지 내모는 소통없는 방역

코로나19 확산세와 방역조치 강화에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테이블을 닦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불과 45일 만에 백일몽처럼 사라져 버렸다. 1년이 넘는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출이 급감했던 자영업자들에게 지난 45일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품기에는 짧았다.

주말 대학가 르포 중 만난 자영업자 박종찬씨(37·가명)는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 작은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씨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매출이 이전과 비교해 50%나 떨어지며 영업난을 겪었다.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의 80% 수준까지 회복하며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접종증명·음성확인제(방역패스) 도입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와 맞먹는 영업시간 제한 조치에 매출은 다시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박씨는 "주점 특성상 야간 시간에 손님이 많은데 영업시간 제한에 걸리며 매출이 또다시 급감했다"며 "위드 코로나 전환 때 일상회복을 약속했던 정부는 일방적인 방역조치만 강화해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는 더 이상 영업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이 느낀 실망감은 위드 코로나 전환 당시 일일 확진자 수가 최대 1만명까지도 감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미 현 상황을 예측했던 만큼 영업시간 제한 등 방역 조치 강화에 대한 발표 전 충분한 소통을 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노력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박씨만 해도 연말 예약분을 고려해 홀 담당 아르바이트 2명을 채용했는데 최근 거리두기 강화와 함께 채용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자영업자들은 거리로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입장문에서 "정부와 방역 당국의 무책임이 또다시 자영업자에게만 떠넘겨졌다"고 규탄했다. 현재 정부에 필요한 것은 소통과 정책의 일관됨이다. 정부가 스스로 정한 기준에도 어긋나는 방역조치 시행으로 자영업자들은 작게나마 품고 있던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정부는 연말 대목을 포기하고 거리로 나올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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