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포럼]변하지 않는 진실을 지키려면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지내온 시대에 따라 뜬금없이 무슨 이야기냐고 어리둥절할 수도 있으나, 2000년 초 흥행했던 영화를 접했던 분들은 모두 기억하는 명대사일 것이다. 이에 대한 반문으로 '어떻게 사랑이 안 변하니?' 라는 물음도 꽤나 유행했던 듯 싶다. 사랑을 느끼던 연인의 감정이 곁에 있는 것조차 힘들어지는 상황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누군가의 연애에서 발생하는 상황이 실은 우리가 사는 삶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무조건 옳다고 믿었던 진실이 옳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결론에 다다르기도 한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믿음이 산산이 깨져버리는 것이다. 변해버린 ‘과거의 진실’이 한 순간 바뀌어서 나에게 몹쓸 면모를 보여주는 것일까? 아니다. 어쩌면 내가 만들어버린 나의 믿음 안에 상대의 모습을 맞춰 놓고 진정한 모습을 봐주길 회피하다가 결국 이별 통보를 받는 것일 수도 있다.

투자 분야에서도 과거에 알던 본인의 지식을 ‘변치않는 진실’로만 굳게 믿다가 배신을 당했다고 속앓이를 하는 분들을 더러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도 주식은 투기에 가까운 투자행위이고, 채권이 무조건 보다 안전한 투자처라고 하신다.

초인플레이션 상황에 마주하게 된 오늘날 장기적인 낮은 변동성이 채권 투자의 장점으로 작용하기는 어렵다. 인플레이션으로 장기 금리가 오르면 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 채권을 현금으로 상환 받을 시점을 떠올려보자. 화폐가치 하락으로 예상보다 적은 금액을 상환 받게 돼 손실이 더 커졌을 것이다.

실제로 1926~2009년 미국 10년 국채 수익률과 주식시장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3년 연속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한 적은 주식보다 채권시장에서 빈번하게 나타났다. 변동성이 낮은 것이 반드시 안전함과 일치하진 않는 것이다. 그보다는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가 안전성과 일맥상통한다. 채권보다 단기 변동성은 더 크더라도 특정 기업을 심도 있게 공부해 주식을 매수·보유했다면 더 탁월한 수익을 냈을 수 있다.

다른 예도 있다.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 중 때로 주식시장의 중장기적 상승세를 이해하신 후 ‘지수 추종’ 방식을 경험하겠다는 분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꼽을 수 있다. 변동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줄이고 주식 투자 수익은 취하고자 이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괜히 종목 투자를 해 손실을 보거나 시장 수익률보다 낮은 수익을 내기 보다 ETF에 투자하는 게 현명할 수도 있으나 생각보다 쉽지 않다. 종목을 깊게 이해하고 소수 종목에 직접 투자를 하면 분명 ETF 투자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에 필자는 ETF 투자를 오랫동안 유지하지 못 할 것이다. 해외 금융정보업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장기적으로 ETF 투자를 유지하는 일반 투자자들이 극히 드물다. 이렇다보니 ‘ETF 투자가 가장 현명하다’고 믿는 이들에게도 개별 종목 주식 투자를 계속 권하고 있다.

결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 진실은 언제라도 변할 수 있다. 끊임없이 변하는 상황 속에서 진실을 찾기 위해서는 상대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 연구해야만 한다. 젊은이들의 관심사라고만 간주됐던 가상자산,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등이 빠른 속도로 각국과 기업의 비즈니스로 침투하고 있다. 필자도 금융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열린 마음으로 알아가고자 하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믿는 진실을 지키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변화를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그 노력은 우리의 일상 생활과 몸 담은 직업 현장 그리고 주변인들에게 이어져야 할 것이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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