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한반도 평화의 실낱 같은 희망도 버려선 안 된다

[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으로 베이징 겨울 올림픽 무대를 활용한 ‘종전선언’의 현실화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6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을 통해 "2022 겨울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어떤 외교 혹은 공식 대표단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신장자치구에서 계속되는 집단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다른 인권 침해"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무부는 베이징 올림픽 참여 여부에 대한 각국의 결정과 관련해 “스스로 내려야 하는 것이지 미국이나 다른 나라 정부가 대신 내리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이란 선수단까지 보내지 않는 ‘전면 보이콧’과 달리 선수단은 파견하되 개·폐회식 같은 행사에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것이다. 개최국에 망신을 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면 된다. ‘인권 침해’ 운운하지만 결국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견제 행위인 셈이다.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각국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중국은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발표 이후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보복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니 외교적 보이콧은 베이징 올림픽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2032년 호주 브리즈번에서 여름 올림픽이 열린다. 이때 중국이 보이콧한다고 우리도 보이콧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 13일 호주를 국빈방문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을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이벤트 무대로 활용하려던 정부의 구상에는 차질이 생겼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수석연구원은 10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 한국어 서비스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렇게 촉구했다. "많은 경우 한국이 중국의 경제적 위협과 보복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 호주 그리고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도 행동을 취했죠. 정치적 혹은 외교적인 문제가 있을 때 경제적으로 대응을 했습니다. 따라서 한국도 중국과의 무역 의존도로 인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민주주의 국가들이 옳은 일을 하는 것에 일어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이에 대한 대가가 있다고 할지라도 말이죠."

우리의 처지를 매우 현실적으로 지적한 내용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한반도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2018년 평창 겨울 올림픽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기회의 창’으로 활용됐다. 우리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기회의 창이 조금이나마 열려 있어도 이를 힘써 열어야 한다.

중국은 코로나19 방역 문제 탓에 베이징 올림픽을 될 수 있으면 간소하게 치르려 애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대회 기간 중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무대가 제대로 차려지기는 어렵게 됐다는 뜻이다. 더욱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0 도쿄 올림픽에 불참한 북한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의 자격을 내년 말까지 정지시킨데다 코로나19 변이종인 오미크론까지 확산하면서 베이징 올림픽 기간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은 더 희박해졌다. 하지만 우리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여지가 그래도 좀 남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될 때까지 작은 희망이라도 버려선 안 된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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