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지난달 2일 유튜브에 올라온 '승무원 룩북 (좌)과 한 대한항공 승무원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쓴 글(우) / 사진=유튜브 캡처,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선정성 논란이 불거진 이른바 '승무원 유니폼 룩북(lookbook)'을 두고 대한항공 승무원이 "상처받았다"라며 심경을 토로했다. 직업의식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 승무원을 일부 누리꾼들이 성희롱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에서 근무한다는 승무원 A씨는 지난 14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영상과 댓글들이 너무 상처다"라는 글을 올렸다. 블라인드는 회사 이메일 계정을 통해 본인인증을 거쳐야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다. A씨는 대한항공 소속으로 표기돼 있다.
그는 "꿈이었던 대한항공에 어렵게 입사해서 늘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해 서비스했고,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항상 긴장했다"라며 "행여라도 회사 이미지 실추시킬까 유니폼 입었을 때는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말도 안 되는 잣대를 들이대며 온갖 컴플레인을 하기 때문에 늘 더 조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웬 여자가 누가 봐도 대한항공을 연상케 하는 유니폼을 입고 속옷 차림으로 스타킹을 신은 사진을 인스타에 게시했다"라며 "'승무원 알몸 상상 가능해졌다' 등 성희롱 댓글들도 있더라"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성적인 영상을 올린 건 그쪽인데 희롱은 우리 회사 승무원들이 받고 있는 것"이라며 "10년간 자부심을 가지고 내 회사 유니폼 입고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왜 저런 희롱들을 받아야 하는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앞으로 비행기 탈 때마다 유니폼을 입은 나를 어떤 시선을 볼지, 저런 댓글 다는 사람들이 속으로는 무슨 상상을 하고 있을지 두렵고 슬프다"라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달 2일 유튜버 B씨는 '승무원 룩북 / 항공사 유니폼 + 압박스타킹 코디'라는 제목의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게재했다.
룩북은 브랜드 의상 관련 정보를 전달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책자를 뜻하는 단어다. 하지만 최근 유튜브에서는 유튜버가 직접 영상에 등장해 특정 복장을 입어보는 콘텐츠를 룩북이라고 칭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유튜버들이 조회수를 올릴 목적으로 노출이 과다하거나, 지나치게 선정적인 영상을 제작한다는 데 있다. 특히 B씨가 영상에서 착용한 의상은 대한항공 승무원 복장과 상당히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특정 직업군에 대한 '성 상품화'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논란이 커진 가운데, 대한항공 측은 B씨에게 문제의 영상을 삭제하도록 요청했다. 또 향후 B씨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B씨는 1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공지를 통해 "영상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특정 커뮤니티에 제 영상이 무단으로 캡처되어 악의적인 제목 및 내용으로 게시됐다.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내용 및 모욕적인 표현이 담긴 수천 개의 악성 댓글이 작성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가 커지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 법률 검토 및 자문을 구했다"라며 "게시글에 작성된 수천 개의 댓글 중 상당수가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어, 법적 대응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