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영, 사단법인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
대선이 다가오면 후보들은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다양한 공약을 내놓으며 유권자들의 표를 얻고자 한다. 백년지대계를 외치는 교육도 그중 하나다. 그럼에도 100년을 내다보는 대한민국의 교육 정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20대 대선에 나설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등 총 9년을 의무 교육기간으로 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고등학교를 의무 교육 대상으로 지정하지 않은 나라라는 얘기도 있다. 또 헌법에 보장된 교육 기회균등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며, 교육으로 인한 사회적 차별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 통합 정책의 명분으로 자리잡은 고교 평준화 정책이 우리 교육의 질을 전반적으로 하락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의무 교육으로 받는 최소한의 교육 과정과 모든 학생이 같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전체주의적 사고 방식을 혼동한 것인지, 일부러 혼동한 척하며 의도한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다. 한 번 떨어진 교육의 질을 끌어 올리기 위해 필요한 정부 예산은 천문학적이다.
초·중·고등학교 교육은 우리나라 미래 주역인 청소년들의 교양과 상식, 그리고 생활 자세와 신체 및 정신 건강에 가장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이 잘못된 사상 교육이나 인성 교육을 받을 경우 사회성이 결여되고,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국가 정체성과 문화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또 기초체력을 키우지 못해 향후 엄청난 건강 보험료가 발생하는 등 나열하기 어려운 부정적 결과물들이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한 초·중·고등학교의 교육 과정과 질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대학 입시 제도다. 어떠한 입시 제도가 얼마나 오랫동안 안정적이고 변함 없이 자리잡고 있느냐에 따라,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교육 커리큘럼, 교육 과목, 과외 활동, 학교 운영 방식 등이 그에 맞춰 정렬하고 변화된다.
그럼에도 우리 입시 제도는 그동안 숱하게 바뀌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몇 년만 지나도 알 수 없을 만큼 수시로 변했고, 웬만한 입시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 변화를 모두 이해하고 숙지하기가 불가능해졌다. 그러면서도 난해한 수학문제 같은 대학 입시 제도를 이해하고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사교육 입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 입장이 비판적이다.
필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대통령에게 교육 이슈를 건네고 싶다. 우선 우리 고교평준화 정책에 대해 득보다 실이 많음을 지적하고 어떻게 정책을 수정, 보완해야 하는지부터 말하겠다. 많은 학생들이 국제학교에 진학하며 외국, 특히 미국과 영국 등으로 초· 중·고등학교 시절 유학을 떠난다. 이것은 도피 유학이거나 단순히 영어를 배우기 위함이 아니란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동시에 외국에서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로 유학 오는 경우가 거의 없는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개선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 의무 교육이 변화해야 할 방향일 것이다. 나아가 요즘 문제가 되는 청소년 인성과 교권 하락의 근본적인 이유와 해결책도 언급할 것이다. 어떠한 교육 커리큘럼과 과외 활동이 필요한지도 제시하겠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대학 입시 제도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할 생각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바꿔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겠다. 대학 입시 제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변해서는 곤란하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국내 대학 입시 제도가 겪은 시행착오와 외국의 성공 사례를 종합해 우리 현실에 가장 잘 맞는 제도도 고민해볼 참이다. 정부 예산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생적으로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할 계획이다.
한 나라의 교육의 질과 교육 기관의 위상은 그 국가의 경쟁력과 비례한다. 우리는 반세기만에 최빈국에서 주요 경제국으로 발돋움했다. 반면 대학의 위상은 어떤가. 국내 주요 대학들은 미국 시사주간지 US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가 최근 발표한 2022 세계 대학 랭킹에서 10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서울대가 130위, 성균관대가 230위, 고려대가 272위였다. 우리 대학생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수재들이 많은데, 이들을 교육하는 대학은 세계 랭킹 100위에도 못 들어간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필자는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대통령이 어떤 교육 정책을 전개할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 교육, 나아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단단히 마음먹고 내놓는 제언이 공약과 정책에 반영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 겸 로러스 엔터프라이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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