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이지만 구속·기소 모두 막아낸 정민용

구속영장 이어 기소까지 방어 성공… 핵심인물 배임 혐의 담은 자술서 제출 영향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연루된 정민용 변호사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 투자사업파트장)의 자술서 카드가 성공했다. 수사 초기부터 검찰에 적극 협조한 공이 인정돼 대장동 핵심 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구속과 기소를 모두 피한 인물로 남게 됐다. 정 변호사가 향후 윗선 수사에도 어떤 역할을 맡을 지 주목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정 변호사에 대한 보완 수사를 위해 추가 소환 등의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 역시 "(기소되지 않은 인물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성남도개공 재직 당시 전략사업실장으로 대장동 개발사업의 공모지침서 작성부터 민간사업자 선정, 사업협약 및 주주협약 체결 과정 등 실무 전반을 주도한 인물이다. 대장동 개발 의혹의 키맨 중 하나인 남욱 변호사의 대학 1년 후배로 올 초 성남도개공 퇴직 후에는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과 함께 '유원홀딩스'라는 부동산 개발사를 차렸다.

정 변호사는 수사팀의 수사 과정에서 핵심 인물이자 공범으로 지목됐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 변호사와 공모해 화천대유 측에 거액이 돌아가게 사업을 설계하고 성남도개공 측에 최소 651억원 이상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를 받았다.

법원은 정 변호사에 대한 범죄 혐의를 인정하기도 했다. 배임 혐의는 앞서 김씨와 남 변호사의 구속영장에도 그대로 담겼는데, 법원은 이들에게 영장을 발부하면서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민간사업자 선정 기준 결정부터 공모지침서 작성 등 사업 전반에 관여했던 점을 감안하면 공범보다는 핵심 인물에 가까웠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 변호사는 '자술서' 카드를 내놓으며 구속과 기소를 모두 피했다. 정 변호사는 수사가 본격화되자 천화동인 1호의 실 소유주는 유 전 본부장으로 '700억 약정설'도 수차례 들었다는 내용의 자술서를 제출했다. 이 자술서에 남 변호사 등이 유 전 본부장에게 3억원 가량을 건네고 대가 명목으로 정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이 함께 설립한 회사에 수십억원을 투자한 사실까지 담겼던 점을 감안하면 정 변호사의 자술서가 검찰 수사 초기 동력으로 활용됐던 셈이다.

정 변호사는 기소를 피한 대신, 남은 윗선·로비 의혹에 다시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사팀은 정 변호사가 주변 동업자들에게 '공사 이익을 확정한 내용의 공모지침서를 작성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직접 보고하러 갔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진술을 추가 확인 중에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업 실무를 맡았던 남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와 달리 김씨, 유 전 본부장, 정 변호사는 윗선과 접촉이 가능했던 위치로 이들에 대한 추가 조사나 진술 확보는 대장동 사태의 가장 큰 축인 로비 의혹을 규명하는데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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