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캠 출신인데….' 대학사회 '분교' 갈등,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민정 '분교였던 수원캠 졸업했지만 이 자리까지"...재학생 비판 이어져
고려대선 총학 비대위 구성원 문제로 '사이버 폭력'도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사회복지특위 위원장이 지난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사회복지특별위원회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서현 기자] 최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분교' 발언 논란으로, 분교를 향한 사회적 낙인 및 조롱 문제가 커지고 있다. 분교의 수준 자체를 깎아내리는 차별행위가 줄을 잇는가 하면, 학교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캠퍼스간 갈등이 불거지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블라인드 채용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분교였던 경희대 수원캠퍼스를 졸업했지만 이 제도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언급했다.

학생 사회는 크게 반발했다. 경희대 재학생들은 수원캠을 향한 낮은 인식을 거론한 고 의원에게 "수원캠은 분교가 아니다. 모교를 욕보이지 말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총학생회는 성명문을 내 "고 의원은 각종 인터뷰에서 지속적으로 유사한 문제 발언을 이어오며 모교를 욕보이는 언행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21대 총선 당시 고민정 의원 관련 보도로 경희 구성원들은 이미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경희대학교를 정치의 도구로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커뮤니티에 올라온 세종캠퍼스 관련 반응들 / 사진=고려대학교 커뮤니티 캡처

한편 분교를 향한 조롱과 갈등은 이전부터 존재해온 고질적인 문제다. '본교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학교'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분교 재학생들을 향한 낙인과 혐오가 만연해 있는 모습이다.

앞서 고려대에서는 세종캠 재학생을 향한 '사이버폭력'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 6월 총학 비대위 임원으로 선출된 ㄱ씨를 겨냥해, 일부 서울캠 학생들이 조롱과 혐오가 담긴 글을 학교 커뮤니티 '고파스'에 업로드한 것이다.

이들은 "세종캠 학생이 왜 서울캠 총학 활동을 하는가"라며 ㄱ씨의 신상을 유포하고, 외모 비하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파스에는 '세종캠 극혐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세종캠 (출신) 차장이 본교(서울캠)인 척 하면서 학교 이미지를 망쳤다"며 "신입 때 어리바리하면 고대 출신은 다 왜 그러냐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다고 그 차장이 분교 출신인 걸 밝히면 사람 하나 매장하는 거라 꾹 참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같이 비대위 선출 과정 등 학칙에 관한 문제제기 대신 세종캠 자체를 비하하는 학생들의 게시글이 쏟아지자, 고려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지난 4월이 우리에게 남긴 것'이라는 대자보를 학교에 써 붙이기도 했다.

해당 학생은 "커뮤니티에서 의미 있는 말보다 분교 혐오 및 비하 표현을 더 많이 접했다"며 "앞으로 혐오 표현들이 정당화되고 만연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본교는 학생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전경 /사진=경희대 홈페이지

분교 자체에 대한 혐오 문제가 발생하는가 하면, 이원화캠퍼스와의 개념 혼동 및 통합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원화캠퍼스'는 다른 캠퍼스들과 학과가 겹치지 않는 캠퍼스로, 분교와는 상이한 개념이다. 분교와 구분하기 위해 '또 다른 본교'라고도 일컬어진다.

고 의원의 발언으로 수면 위에 떠오른 경희대 국제캠(구 수원캠) 역시 통합 과정을 겪은 이원화캠퍼스다. 양 캠퍼스는 지난 2011년 하나의 대학으로 통합돼, 올해로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식이 바뀌지 않아 학생들의 불만이 지속되고 있는 현황이다.

경희대처럼 이원화캠퍼스를 운영하는 곳은 성균관대, 한국외국어대, 중앙대, 단국대 등이 있다. 한국외대(글로벌캠퍼스), 중앙대(안성캠퍼스)는 서울 지역 캠퍼스와 '같은 대학'이라는 인식이 경희대보다도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2018년에는 연세대 서울캠과 원주캠 사이에 통합 문제로 갈등이 발생한 바 있다. 김용학 연세대 전 총장이 당해 대학 기본 역량 진단 평가에서 역량강화대학 명단에 오른 원주캠퍼스의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one university, multi-campus'(하나의 대학, 복수의 캠퍼스) 구상을 밝히자, 신촌 캠퍼스 재학생들이 통합에 격렬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신촌캠퍼스 재학생들은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원세대(원주+연세대)'와 같은 차별적 어휘가 사용되는 등 원주캠을 향한 비하가 난무했다는 점이다.

당시 원주캠 학생들은 "원주캠 학생들은 학생식당, 방만한 교직원 행정, 높은 학비 등 고질적 문제만 지적했고 통합은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신촌캠 학생들이 싸잡아 욕한다", "안 그래도 ‘원세대’라는 사회적 낙인에 상처받는데 이번 사건으로 더 심해졌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분교 통합 논쟁은 연세대뿐 아니라 홍대, 외대 등 지방에 캠퍼스를 두고 있는 다른 여러 학교에서도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분교를 향한 이러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며, 사회에 서울 캠퍼스와 지역 캠퍼스를 구분하는 '학벌주의'와 '차별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지난 15일 고 의원은 재차 글을 올려 해명에 나섰다. 그는 지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모교 평가절하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당시 겪은 현실을 솔직하게 얘기한 것이고, 사실을 기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저뿐만 아니라 꽤 많은 선후배가 원하는 기업에 입사하기가 쉽지 않았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현실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을들의 전쟁을 보고 있는 것만 같다. 지방이든 서울이든 해외이든 상관없이 자신의 능력으로 평가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함에도 우리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해 계속 서로를 끌어내리고 있다"며 "재학생들의 말처럼 국제캠퍼스의 위상이 예전과 달라졌다면 함께 사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썼다.

학생들은 이 같은 고 의원 주장에 경희대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등을 통해 반박에 나섰다. 한 학생은 "'을의 전쟁'이라는 표현에 너무 화난다"며 "결국 고민정도 갑의 논리에 취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마치 부조리한 학벌이 아닌 자신의 능력으로 아나운서와 국회의원이 됐다고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서현 기자 ssn359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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