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기자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환경을 생각하면 괜찮은 것 같네요." , "위생 문제는 조금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시가 '카페 일회용품 퇴출 프로젝트'에 나섰다. 시민들은 다회용 컵 회수 문화에 익숙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도 대체로 환경보호 취지에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국내 일회용 컵 사용량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 2019년 12월 공개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일회용의 유혹'에 따르면 국내에서 한 해 소비되는 플라스틱 컵은 33억개로 약 4만5900t에 달한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자연파괴나 동물들의 고통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지난 2015년 8월 코스타리카 연안에서 코에 빨대가 꼽힌 채 발견된 바다거북은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
당시 발견된 거북이는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길이 10~12㎝ 수준의 이 빨대는 한 번에 빠지지 않았으며, 거북이는 고통 속에 몸부림을 쳤다. 다행히 빨대가 제거된 이 거북이는 다시 바다로 돌아갔지만, 언제 또 비슷한 위험에 처할지 모른다.
플라스틱이 대부분인 일회용품을 줄이자는 캠페인이 확산하는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 6일 서울시청 인근 스타벅스 12개 매장을 포함해 20여개 카페를 대상으로 일회용 컵을 쓰지 않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해당 매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음료는 매장용 머그잔과 개인 컵, 보증금 1000원을 내고 받는 다회용 컵에 제공된다. 다회용 컵은 대여 후 회수기에 반납하면, 수거 및 세척 후에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회수된 다회용 컵은 세척 전문 기관에서 △외관 상태 확인 △애벌세척 △소독침지 △고압자동세척 △물기제거 및 자연건조 △UV살균건조 등 7개의 단계를 통해 깨끗하게 세척된다. 다회용컵 반납 시 보증금은 현금, 스타벅스 포인트, 해피해빗 에코포인트 등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청 일대 카페에서는 한때 혼선이 발생하기도 했다. 주문대에서 테이크아웃을 하는 고객들에게 일일이 일회용컵이 제공되지 않으며, 다회용 컵은 보증금 1000원을 내야 한다는 정책 설명을 하면서 주문 시간이 길어졌다.
카페를 방문한 시민들은 대체로 환경을 위한 취지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청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20대 박모씨는 "아직 시범 운영 매장이 몇 없어서 다회용컵을 반납하러 다시 이곳에 와야 한다는 게 좀 불편하다"면서도 "플라스틱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가 좋다"고 말했다.
50대 직장인 최모씨도 "이런 시스템은 처음이라 신기하다. 어렵긴 한데 (직원들이 다회용컵 반납기) 옆에서 도와줘서 불편하지 않았다"며 "(반납하면) 1000원을 다시 돌려주기도 하고, 환경에 좋다고 하니 동참하면 좋지 않겠냐"고 했다.
스타벅스 앱 내 주문(사이렌 오더) 역시 선택사항이 바뀌었다. 시범 운영 매장에서 사이렌 오더로 주문하면 컵 선택 사항에 '일회용컵'이 있던 부분에 '리유저블컵'이 나타난다. 하단에는 '리유저블컵 선택 시 보증금 1000원이 추가된다'는 안내가 붙었다. 금액은 1000원이 자동합산됐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올해 안에 서울 지역 일회용컵 없는 스타벅스 12개 매장을 통해 감축할 수 있는 예상 일회용컵 감축량은 약 50만개로 예측된다. 앞서 지난 7월 다회용컵 시범사업을 진행한 제주 내 스타벅스 4개 매장에선 3개월 만에 약 20만개의 일회용컵 사용을 감축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다회용컵 사용 문화가 자리잡기 위해 컵 회수율이 관건이란 지적이 나온다. 컵 회수가 되지 않으면 1000원에 일회용컵을 판매한 것과 같기 때문이다. 앞서 다회용컵 시범사업을 진행한 제주 내 스타벅스 4개 매장에선 다회용컵 수거율이 45%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음료의 경우 세척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스타벅스 한국프레스센터점의 한 직원은 '프라푸치노 등 크림이 들어가는 음료의 경우 세척이 불편하다'는 지적에 대해 "곧 세척 기계도 도입될 예정이다. 컵을 넣으면 자동으로 세척해 다회용컵 반납을 돕는다"고 답했다.
한편 서울시는 연간 일회용컵 50만개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위생 등 문제에 대해서는 고온세척과 살균소독, 세균검사 등 위생 관리에 문제가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