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빙과업계 '살얼음판'…출혈 경쟁에 과징금까지

롯데·빙그레·해태 등 6곳
할인율 미리 합의한 의혹
공정위 내달 제재 수위 결정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롯데·빙그레·해태 등 빙과업계가 아이스크림 가격 담합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대상에 올랐다. 빙과시장이 수년째 쪼그라드는 가운데 과징금까지 물게 될 상황에 놓이며 업계의 표정이 어둡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빙그레, 롯데제과, 롯데푸드, 롯데지주, 해태아이스크림, 해태제과 등 6곳의 빙과류 제조사는 2016~2019년 대형 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편의점 등에 납품하는 빙과류의 할인율을 미리 합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제품별 할인폭을 줄여 영업이익률을 높이려 한 것이다.

이들 업체는 경쟁사의 거래처를 침범하지 않는 약정을 하고 제각각 영업망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공정위는 다음 달 15일 전원회의를 열고 이들 업체에 대한 제재 수위를 정할 방침이다. 지난 2007년에도 빙그레·롯데제과·해태제과식품·롯데삼강 4곳이 빙과류 값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해 46억원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빙과업계는 빙과시장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공정위 제재까지 이어지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빙과시장은 아동인구 감소와 아이스크림 대체재로 매년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빙과시장은 2015년 2조184억원 규모에서 2016년 1조9619억원으로 1조원대로 떨어졌다. 이후 2019년에는 1조4250억원 규모로 급감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반짝 성장해 1조5432억원 규모로 커졌지만 여전히 2015년 대비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빙과시장이 축소되며 업체 간 출혈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2010년 최종 판매자가 아이스크림 가격을 정할 수 있는 오픈프라이스 제도가 도입되면서 아이스크림 할인이 상시화됐는데, 오픈프라이스가 폐지된 뒤에도 유통업체가 빙과류를 할인판매 하면서 납품 단가 인하 압박을 받아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졌다. 실제로 일반 식품 품목당 영업이익률이 5%가량인 것과 달리 빙과류는 1~3%대로 낮은 이익률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기 시작해 빙과 업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빙과 업체들은 2018년을 기점으로 아이스크림 가격을 표준화하는 ‘가격 정찰제’ 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수 년째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가격을 인상하는 효과로 소비자 반발이 이어질 수 있어 유통업체에서 정찰제를 꺼리기 때문이다. 이에 여전히 업체별로 아이스크림 가격이 들쑥날쑥해 빙과 업체 간 출혈 경쟁도 장기화하고 있다.

빙과 업계 관계자는 "빙과시장은 주 소비층인 아동 인구 감소로 성장이 어려운 데다 할인판매가 장기화하면서 가격 정찰제 정착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업체 간 출혈 경쟁이 지속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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