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또 남심공략?… '여성' 없는 여성공약

"여성층 오해 풀어야" 여심공략 나섰지만
여전히 여성층 고민, 구체성 부족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여성층의 마음을 돌리겠다"며 여성·인구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약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일자리, 차별 등 여성들이 겪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지 않아 '여심'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 의원은 1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캠프 사무실에서 "페미니즘에서 휴머니즘으로, 페미니즘에서 패밀리즘으로"라는 이름의 여성·인구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휴머니즘'의 일환으로 여성가족부를 타 부처와 통합하고 할당제를 폐지하겠다는 등의 공약을, '패밀리즘'을 위해선 돌봄 지원을 확대하고 경력단절 여성을 지원하기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 확대 등의 구상을 내놨다.

홍 의원은 이날 공약을 발표하며 "여성 정책은 가족의 가치와 공동체 회복이 핵심"이라며 "차별도, 역차별도 없는 진정한 양성평등 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홍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2030세대 남성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상승세에 올랐다. 하지만 과거 막말 논란, 성 차별적 발언 등의 영향으로 2030세대 여성층 지지율이 낮게 나오면서 캠프는 이들을 사로잡을 방안을 고심 중이다. 안정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지지층 확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그는 지난 23일에도 여성층을 의식하며 "사소한 말 몇 마디로 오해를 하고 있는 여성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여성 부분 공약을 총괄 정리해서 발표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가 발표한 공약이 실제 여론 추이를 뒤집을 요인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성 정책에는 여성가족부 통합, 할당제 폐지 등 양성평등 구현을 위한 공약이 자리하고 있지만 사회적, 경제적 차등에 민감한 2030세대 여성층의 관심사와는 동 떨어져 있다. 전자발찌 실효성 강화, 경력단절 여성 지원 정책이 있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부재하다.

그가 공약 발표 자리에서 한 발언을 보면 여성보단 남성과 갈등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성인지 감수성으로 인해서 대법 판결을 하니까 남자들, 특히 2030 세대들은 불만이 지금 극에 달해 있다"며 "또 여성의 지위가 과거하고는 비교가 안 되게 지금 달라졌다. 그래서 이제 페미니즘에서 휴머니즘, 페미니즘에서 패밀리즘으로 가보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홍 의원의 발언과 공약을 비판했다. 그는 "청년들의 불만 원인이 '성범죄 사안을 심리할 때 피해자다운 언행을 수동적으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의 판결 때문이냐"며 "청년들을 시대착오적 관점에서 재단한 모욕적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을 향해 "정치 인생 내내 여성관으로 비판받았지만 어떤 성찰도 없다"고 직언했다.

그의 공약에 대해서도 "여성 일자리와 차별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해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흉악·상습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 등을 이야기하며, 여성들의 안전에 대한 불안함을 이용하려는 얄팍한 의도"라고 했다.

한편 청년층 공략을 위해 '양성평등'을 내건 후보는 홍 의원뿐이 아니다. 같은 당 대선후보인 유승민 전 의원도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전 부처에 양성평등국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여성가족부 폐지, 여성징병제 등을 내걸며 성별갈등 해소를 강조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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