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아프간 민주국가 아냐…이슬람법에 따라 통치'

고위급 인사 주요 외신과 인터뷰
최고지도자의 지휘 속 지도부회의가 통치하는 형태
과거 탈레반 정권과 유사한 정치 구조
기존 정부군 포함한 새로운 국방군 창설 계획도
"여성 정책도 오직 이슬람 율법에 의거해 이뤄질 것"
시위대 발포·언론인 탄압 등 공포정치 가시화

와히둘라 하시미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탈레반 한 고위급 인사가 아프가니스탄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며 이슬람법에 따라 통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탈레반 정권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에서 탈레반 병력이 시민들을 향해 발포하며 3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고 한 여성이 탈레반으로 추정되는 세력의 총격을 받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탈레반의 공포 정치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탈레반 의사결정 과정에 접근할 권한이 있는 와히둘라 하시미는 18일(현지시간) 한 주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 지도부회의가 아프간을 통치하고 최고 지도자인 히바툴라 아쿤드자다가 전체 지도자로 남을 것 같다"고 밝혔다.

히바툴라 아쿤드자다 탈레반 최고 지도자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그는 특히 아프간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면서 "우리 국가는 근본적으로 민주 국가가 아니므로 민주주의 체계는 없을 것"이라며 "아프간을 통치하기 위한 정치 체계는 명확하다. 그것은 바로 이슬람 샤리아 율법"이라고 강조했다.

하시미는 이어 자신이 이번주에 열릴 예정인 탈레반 지도부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시미가 밝힌 정치 구조는 과거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간을 통치했던 당시 탈레반 정권과 유사한 형태다. 이때도 지도부회의가 국가를 통치했으며 당시 최고 지도자인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가 실질적인 권력을 휘둘렀었다.

하시미는 "탈레반의 부지도자가 '대통령직'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현재 탈레반 지도부에는 최고 지도자와 함께 실세 권력인 3명의 부지도자가 있다. 탈레반 설립자인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 무하마드 야쿠브, 탈레반 계열 무장 조직 ‘하카니 네트워크’를 이끄는 시라주딘 하카니, 그리고 정치 부문 지도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 등이 부지도자로써 최고 지도자를 지원하고 있는 형태다.

하시미는 "탈레반이 새로운 국가 군 병력을 창설할 것"이라며 "합류를 원하는 기존의 아프간 정부군들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시미는 또 "아프간군 전투기 조종사와 군인들에게 합류를 요청할 것이며, 인근 국가들은 군인들이 타고 간 군용기를 반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탈레반 측이 기존의 아프간 정부군 병력도 원하는 배경에는 현재 탈레반에 전투기를 조종할 공군 병력이 없기 때문이다. 아프간 정부 함락 과정에서 정부군의 헬리콥터와 항공기들이 탈레반 손에 넘어갔지만 이들을 운용할 조종사가 없는 셈이다.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간 국경 지대의 한 미공개 장소에서 와히둘라 하시미 탈레반 고위급 인사가 외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외신들은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에 원활하게 합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그간 탈레반 반군들이 수천여명의 아프간 정부군 병력을 살해해왔으며 최근에는 미군의 훈련을 받은 아프간 공군 병력을 대상으로 한 테러 활동도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시미는 아울러 이슬람 율법 학자가 여성의 역할과 여학생의 등교 허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이 히잡을 쓸지 부르카를 입을지 아니면, 아바야에 베일을 착용할지 그런 것은 율법 학자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가운데)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부르카는 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이고, 아바야는 얼굴을 뺀 목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검은색 긴 통옷이다.

하시미는 이런 정책을 결정할 율법 학자 위원회가 존재한다면서 "아프간 국민 99.99%가 무슬림이며 우리는 이슬람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탈레반 측은 언론의 자유와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며 유화적 제스처를 내놓은 바 있다. 지난 17일 탈레반은 아프간 점령 후 첫 공개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내 민간 언론 활동도 독립적으로 이뤄지기를 원한다"며 "앞으로 이슬람법의 틀 안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며 여성의 취업과 교육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그러나 이튿날 폭스뉴스는 아프간 타크하르주 주도 탈로칸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 없이 외출했다가 총격을 받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도시에서도 탈레반이 부르카로 몸을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식료품을 사러 나온 여성을 위협해 다시 집으로 들여보내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 국제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이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직원 3명이 머무는 집에 탈레반이 급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9일에는 민간 라디오에 근무하는 투판 오마르가 탈레반으로 추정되는 무장세력의 총격에 사망했고, 민간 방송사 기자는 납치 상태라고 CPJ는 전했다.

1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잘랄라바드에서 탈레반 정권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밖에도 18일 아프간 주요 도시 잘랄라바드에서 탈레반에 정권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린 가운데 탈레반 병력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면서 최소 3명의 사망자와 수십명의 부상자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탈레반의 공포 정치가 가시화될 조짐을 보이자 탈레반이 공언한 유화적 정치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의회 연설에서 "탈레반은 자신들의 말이 아닌 행동으로만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 정부도 탈레반이 여성 권리를 존중하고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 운동을 피할 경우에만 탈레반 정부를 공식 인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미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 상원의원은 이날 탈레반 정권의 "새로운 탈레반" 주장을 일축하며 이 조직에 대해 "야만인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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