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손글씨가 인기 1위 폰트로…'IM혜민체' 주인공 '더 많은 이들이 활용하길'

DGB대구은행 'IM혜민체' 만든 김혜민 계장 인터뷰

"제 손글씨가 인기순위 1위를 기록하고 수 십 만명으로부터 관심을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DGB대구은행이 지난 6월부터 무료로 배포하는 손글씨 폰트 'IM혜민체'를 개발한 김혜민(사진ㆍ33) 계장은 13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IM혜민체는 고딕체를 바탕으로 또박또박 쓴 김 계장 특유의 손글씨 폰트로, 정사각에 가까운 꽉 찬 모양에 가지런하고 곧게 뻗은 단정한 획이 특징이다. 둥근 모서리 형태로 편안하고 귀여운 이미지도 잘 살렸다는 평가다.

1989년 생으로 'MZ세대'에 속하는 그가 이처럼 반듯한 손글씨를 써낼 수 있다는 게 조금 의아하다. 김 계장은 "초등학생 때 컴퓨터로 구현되는 다양한 폰트를 접하며 '내 손글씨에도 개성을 담고 싶다'고 생각했다"면서 "그 때부터 저만의 몇 가지 손글씨체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쓰기 시작했고, IM혜민체는 그 중 시그니처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신입 행원 시절 영업점 근무를 하면서 고객들에게 보내는 감사카드에 인사말을 한 자 한 자 직접 적는 등 업무 과정에서 손으로 글씨를 쓸 일이 있을 때마다 정성을 기울이다보니 손글씨가 더욱 예쁘게 가다듬어졌다고 한다.

이러던 중 디지털 콘텐츠에 활용할 서체 제작을 위해 전문 업체 몇 곳과 미팅을 하게 됐는데, 김 계장의 다이어리 손글씨를 우연히 보게 된 업체 관계자가 그 손글씨로 폰트를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역제안을 한 것이 IM혜민체 탄생의 계기였다. 직원 손글씨가 폰트로 개발된 건 금융권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김혜민 계장의 손글씨 이미지

김 계장은 "회사가 폰트를 단순히 컴퓨터 프로그램으로만 여겼다면 굳이 예산을 들여 제작을 의뢰하고 무료로 배포하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폰트는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되고 브랜드의 이미지를 결정할 수 있으며 다른 매체와 결합함으로써 무궁무진한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고 판단한 회사 식구들 덕에 IM혜민체가 빛을 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IM혜민체(볼드 / 굵은 버전)는 이달 3일을 기준으로 상업적 무료이용 가능 폰트 플랫폼 '눈누'에서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고 대구은행이 마련한 IM혜민체 홍보 사이트는 공개 한 달여 만에 방문자가 누적 30만명을 돌파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대구은행은 고객상담 챗봇 앤디(ND)의 모바일 버전에 IM혜민체를 우선 적용하고 있다. 챗봇에서 느낄 수 있는 딱딱함 대신 친근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고객들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다.

무료 폰트는 보통 2350자를 지원하는데 IM혜민체는 한글로 표현할 수 있는 1만1172자를 모두 지원해 신조어나 특수한 글자를 쓸 때도 깨지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김 계장은 "은행에서 만든 폰트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귀엽고 가독성이 좋다는 식의 반응을 특히 많이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방송사, 게임회사, 이모티콘 디자이너 등으로부터 IM혜민체 사용과 관련한 문의가 속속 들어온다고 한다.

그는 또 "만약 개인 자격으로 폰트를 제작해서 수익을 내지 그랬느냐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면서 "하지만 은행이라는 특수한 조직의 일원으로서 사회적책임 경영에 제 이름을 건 폰트로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이 훨씬 큰 보람"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김 계장은 이어 "쓸 만한 무료폰트를 찾아 헤매는 콘텐츠 기획 업무 담당자, 발표 과제나 리포트 작성을 앞둔 학생, 마케팅 강화를 고민하는 소상공인 등 많은 이들이 IM혜민체를 통해 예쁜 글씨체라는 콘텐츠의 효과를 경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IM혜민체는 PC나 모바일기기로 대구은행 홈페이지 및 전용 사이트에 들어가 내려받을 수 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금융부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