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애리기자
#최근 공유 킥보드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 윤호진(34)씨는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으로 하루 소비 생활을 해결한다. 출근길에 미리 네이버 앱으로 주문·결제한 단골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포장해 사무실로 향한다. 이후 점심시간 커피부터, 퇴근길 편의점 장보기까지 ‘네이버페이’로 계산하고 포인트까지 적립했다. 이 과정에서 윤씨가 지갑을 꺼낼 일은 한 번도 없다. 국내 IT 공룡 네이버와 카카오가 실물 지갑을 디지털로 대체하는 서비스 확장에 나서면서 달라진 변화다.
11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디지털 지갑’ 서비스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에서 신분을 증명해주는 ‘네이버 인증서’의 경우 발급 건수가 지난 1월 300만건에서 현재 1300만건을 돌파했다. 7개월 만에 5배 가까이 성장하며 무섭게 세를 늘리고 있다. 자격증 발급은 200만건을 넘어섰다. 또 네이버는 연세대 등 국내 대학에서 학생증을 대체하는 서비스도 구축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모바일 운전면허증까지 앱에 담는다.
지난 9일 선보인 ‘네이버페이 앱’은 지갑 없이 앱 하나로 오프라인 결제·포인트 적립·주문하기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송금, 자산관리 등 은행 업무까지 가능하다. 기존엔 네이버 앱에서 다시 복수의 클릭을 통해 서비스에 접속해야 했지만 이제 네이버페이 앱을 통해 바로 결제 페이지가 뜬다. 네이버 관계자는 "기존 헤비유저들의 요구가 있었고, 새로운 이용자들에게도 편의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현재 온·오프라인에서 네이버페이를 활용하는 이용자는 3000만명에 달한다.
카카오는 아예 카카오톡을 실물 지갑으로 대체하겠다며 ‘카톡 지갑’을 선보였다. 카톡 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예약용 등 인증서를 비롯해 신분증, 자격증을 보관·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카카오는 카톡 지갑과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한 ‘카카오페이’를 카톡 더보기란에 함께 배치해 카톡만으로도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특히 ‘국민메신저’인 카톡을 활용한 지갑 서비스는 파급력도 상당하다. 2분기 기준 카톡 지갑 이용자는 1800만명을 돌파했고, 카카오페이 이용자는 3600만명에 달한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2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카톡 지갑은 연말까지 2500만 가입자를 달성하면서 전국민 지갑 서비스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처럼 디지털 지갑 전쟁에 열을 올리는 것은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페이’ 등이 포함된 핀테크 서비스의 경우 네이버·카카오의 미래 성장 동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네이버페이의 경우 2분기 기준 거래액이 지난해 6조1000억원에서 9조1000억원으로 1년 새 47% 증가했다. 카카오페이 역시 지난해 14조9000억원이었던 거래액이 올해 24조5000억원으로 64.8% 성장했다.
게다가 커머스 사업을 직접 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결제와 인증까지 장악 시 파급력이 더욱 크다. 결제에서 파악한 이용자의 소비 패턴 등 데이터를 활용해 온라인 쇼핑 사업에 활용하거나, 플랫폼 광고 등 기존 사업을 더욱 고도화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비슷비슷한 인증서, 지갑 서비스에 나선 통신, 금융기업들보다 훨씬 경쟁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또한 결제, 인증서 등 일상 생활에서 꼭 필요한 서비스를 네이버·카카오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용하게 될 경우 이용자들을 묶어두는 ‘록인 효과(Lock-In)’까지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네이버·카카오가 소비, 금융 등 국내 경제활동 전반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페이 서비스는 경제활동을 볼 수 있는 장부와 같은 역할이라 이용자의 성향·취향을 알 수 있고 광고나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다"며 "이커머스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국내 경제활동에 있어서 네이버·카카오를 벗어날 수 없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