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외국인 유학생이 먼저? 자국민은?'…말많은 지자체 자율접종, 형평성 논란

부산 "외국인 유학생 대상 희망자 모집".. 제주 "유흥업 종사자 1순위"
시민들 "자국민이 먼저 아니냐", "유흥업 장려냐" 비판도
방역당국 "방역은 현실이고 과학…코로나 고위험군이라 접종 대상된 것일 뿐"
전문가 "신원 노출 꺼리는 유흥업 특성상 충분한 방역 효과 있을 것"

지난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현역병 입영 예정자가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자국민보다 외국인이 우선인 나라가 어딨냐.", "사회 필수인력도 백신 못 맞는데 유흥업 종사자가 먼저 맞는 게 말이 되나."

이달 말부터 전국 단위 일괄 접종과 지자체 자율 접종이 병행되는 가운데 지자체 자율접종 대상자 선정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접종 대상에 외국인 유학생과 유흥업 종사자가 포함돼서다.

지난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뭔가 이상한 백신 우선순위'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게시글에 따르면 부산시는 시에 거주 중인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mRNA(화이자, 모더나 등) 백신 접종 희망자를 모집 중이다.

작성자는 이 글을 '유머' 게시판에 올린 이유에 대해 "외국인이 자국민보다 백신을 먼저 맞는 나라가 있다"며 "20대 일반인은 9월에나 (백신) 신청할 수 있는 게 유머라 유머탭(에 올린다)"이라고 설명하며 비꼬았다.

이 글을 본 커뮤니티 이용자들도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자국민 맞을 백신도 없는데", "60대 이상 고령층도 기저질환 때문에 AZ 예약 안 했으면 접종 순위 밀려서 예약도 못하던데", "전쟁 나도 자국민 보호 안 해줄 듯" 등의 댓글을 남겼다.

이같은 논란에 부산시는 코로나 고위험군을 선정해 자율접종을 진행하는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안병선 복지건강국장은 "외국인 유학생을 특정해 대상자를 모집한 것이 아니다"라며 "내·외국인 상관없이 공동 숙소, 기숙사 등 집단감염 위험이 있는 곳에서 생활하는 대상자에 대해 조사 중에 있다. 명단을 받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전체 규모 또한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청 '제주자치도에 바란다' 게시판에 유흥업소 종사자가 자율 접종 1순위 대상에 선정된 것에 항의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사진=제주도청 '제주자치도에 바란다' 게시판 캡처.

그런가 하면 제주에선 자율 접종 1순위 대상자에 유흥업소 종사자가 포함돼 시민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유흥업 종사자는 공·항만과 콜센터 근무자, 학원강사, 목욕업 종사자 등과 함께 자율 접종 1순위 대상으로 분류된다.

다음으로는 ▲2순위 사회복지시설, 경로당, 장애인 상담·서비스 지원 종사자 등 ▲3순위 대중교통 종사자, 환경미화원, 의용소방대원 등이 포함됐다.

시민들은 도청 홈페이지, 커뮤니티 등을 통해 반대 의견을 표출했다. 사회 필수인력이 아닌 유흥업소에 접종 우선권을 부여하면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도민 경각심 완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일각에선 당국이 유흥업소 출입 및 종사를 묵인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14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관련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사회) 필수 인력도 백신 부족해서 못 맞히고 있는데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정책이냐"며 일갈했다. 이 청원은 15일 오후 2시 기준 381명의 동의를 얻었다.

그러나 도 방역당국은 접종의 효율성·효과성을 놓고 볼 때 유흥업소 종사자에 대한 우선 접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태봉 제주코로나방역추진단장은 "방역은 현실이고 과학의 문제이다. 감수성에 의존해 (접종) 직종을 선택할 수 없다"며 "현재 도내 58명의 확진자가 유흥업소에서 발생했고 이로 인해 확진자의 가족이, 아이가 피해가 있다. 관광산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유흥시설 업종 특성상 접촉자 파악이 쉽지 않은 데다 자연 환기가 어려운 실내 공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제주에선 유흥업소 관련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발생한 도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168명 가운데 34.5%(58명)이 유흥시설과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렇듯 지자체 자율접종 대상자 선정에 대한 비판이 이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같은 방침에 고개를 끄덕이는 시민들도 있다. 국적·업종에 관계없이 코로나19 고위험군이 먼저 백신 접종을 받는 것뿐이라는 지적이다.

부산 동래구에 사는 A씨는 "20대라서 아직 백신을 맞지 못해 두려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외국인도 똑같은 백신 접종 대상이다. 외국인 백신 접종을 누락했다가 (이들로부터) 코로나가 확산하면 어쩔 셈이냐"고 반문했다.

30대 직장인 B씨도 "유흥업소발 코로나19 확산이 한동안 계속되지 않았냐"며 "일차적으론 이 시국에 유흥업소를 가는 사람이 문제지만 이들로 인한 피해를 받는 것은 다른 시민들이다.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백신 접종) 조치일 뿐"이라고 입을 보탰다.

전문가도 접종 우선순위에 유흥업소 종사자가 포함된 데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김정기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는 이날 YTN '더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주, 부산도 유흥주점발 확산이 굉장히 심각하다"며 "방역적인 측면에서 (볼 때) (유흥)업종의 특성상 신원 노출을 꺼리기 때문에 일단 이분들에 대한 접종이 이뤄지게 되면 충분히 방역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신원 노출을 꺼리는 업종 특성상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모두 접종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유흥업소 종사자) 일부분에 대해 접종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더라도 일정 부분 (방역) 효과는 분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자체 자율접종은 지역 특성 및 방역 상황을 고려해 지자체가 접종 대상자를 자율적으로 선정하고 배정된 범위 내에서 접종하는 방식이다. 만 50세 미만을 대상으로 하는 지자체 자율접종은 오는 26일부터 접종을 시작한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팀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