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소비에도…여행·음식점서 카드는 덜 긁었다

유흥·여행 등 소비 줄어
영업·이동제한에 매출 하락
화장품도 전년보다 13%↓

백화점·車판매는 특수 누려
지역별로 온도차도 커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서울시 중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선우영(66세·가명)씨는 코로나19가 터진 지난 1년 반동안 5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그나마 단골손님으로 유지하던 장사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될 때마다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고 매출도 반토막 났다. 단체 모임 4인 및 10시 제한이 된 이후엔 타격이 더 심했다. 선우 씨는 “인근 백화점은 보복소비 심리에 고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는데 우리 식당은 전혀 체감할 수 가 없다”면서 “그나마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저녁장사는 물 건너 갔다”고 한숨 쉬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살아났지만 여행업종이나 음식점업종은 여전히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집단감염이 속속 쏟아진 대전과 인천 등의 소비도 타 지역 대비 크게 떨어지면서 업종별, 지역별로 소비회복 온도차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아시아경제가 신한카드에 의뢰해 올해 상반기 소비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카드소비가 줄어든 상위 5개 업종은 유흥, 여행, 화장품, 기타요식(일반대중음식점), 한식인 것으로 조사됐다.

카드소비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노래방, 클럽, 주점 등 유흥업종(-55%)과 여행사와 면세점 등 여행업종(-30%)이었다. 두 업종은 코로나19 감염자 확산에 따른 영업제한과 이동제한으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고 외출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화장품 구매를 위해 카드를 긁는 소비자도 전년 동기 보다 13% 줄었다. 일반대중음식점과 한식도 각각 13%, 11% 두 자릿수 감소하는 등 여전히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요식업의 경우 대다수의 종사자가 자영업자들인 만큼 이들의 생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같은 기간 숙박(호텔, 모텔, 여관 등), 학원 업종의 경우 전년대비 각각 20%, 13% 늘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는 못했다. 2019년 상반기보다 소비액은 숙박이 17%, 학원은 1% 감소했다.

반면 백화점(26%), 자동차판매(18%) 등은 보복소비 특수를 누렸다. 재택근무 활성화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인테리어 업종(10%)도 카드 소비가 늘어났다.

지역별 소비 편차도 컸다. 올 상반기 소비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대전으로 전년 동기 보다 8% 쪼그라들었다. 이어 ▲인천(-6%) ▲울산(-4%) ▲광주(-3%) ▲세종(-3%) ▲전북(-1%)순이었다. 반면 제주의 경우 전년대비 19% 늘어나며 압도적인 소비 증가율을 기록했다. 해외여행 수요가 제주로 몰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3%)과 경기(4%), 부산(1%)의 카드소비도 소폭 늘어났다.

카드소비는 올해 들어 수치상으론 완연한 회복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승인액은 2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역시 6개월 연속 개선된 흐름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CCSI는 110.3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4차 대유행 조짐으로 카드소비도 다시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이날부터 25일까지 2주간 서울, 경기, 인천 3개 시도에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의 최고 수위인 4단계를 적용했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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