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피해자 당해도 싸다'에 대한 진솔한 답들

투자자들의 '탐욕'이 사기 피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황
하지만 피해자들의 나쁜 환경을 악용하는 사기 가해자들
사기 당한 사람에게 원금 보전을 약속하며 다시 착취하기도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욕심이 많다고, 당해도 싸다고 대중들이 욕할 것 압니다.” 주빌리에이스의 가상화폐 사기 피해자 A(45세)씨는 피해 상황을 설명하던 중 이렇게 말했다. 가상화폐 사기를 당하는 요소 중 하나로 피해자들의 ‘탐욕’이 지적되고 있지만 그들의 탓이 가장 크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경제적 상황과 피해자들의 환경을 악용하는 사기 가해자들의 책임이 가장 컸다.

아시아경제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상화폐 사기 피해자 316명 중 66.8%(211명)은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기적 소득을 얻기 어려운 상황에 빠진 사람들이 가상화폐 사기에 쉽게 노출된 셈이다. A씨는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실직한 상황이었다”며 “정기적 소득이 필요할 때 주빌리에이스에서 아쿠아나이트라는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배당을 준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불안한 미래 때문에 가상화폐 투자를 알아보다가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설문조사 응답자의 평균 연령은 약 43세로 가상화폐 열풍을 이끈 2030보다 나이대가 높게 형성됐다. 40대 이상 응답자들은 가상화폐 투자의 이유로 노후를 꼽았다. 지페이 사기 피해자 B(63세)씨는 “퇴직 후 노후 대비를 알아보던 중에 가상화폐를 접했다”며 “한창 가상화폐가 떠오르던 시기였기에 의심하지 않고 퇴직금을 투자했다”고 답했다.

블록체인에 대한 잘못된 이해 혹은 환상 역시 사기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상화폐나 블록체인이란 이름이 들어가면 마치 고부가가치를 지닌 사업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사기 가해자들은 보통 가상화폐를 소개할 때 블록체인 기술 자체보단 사업을 진행하는 인물의 개인 능력, 화폐로 쓰일 가능성에 치중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블록체인은 이미 20년간 용도가 검증된 기술”이라며 “장부 기록 이외 모든 분야에 쓰일 수 있다는 신비감이 거품을 만들고 거품이 사기로도 쉽게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상황은 어려운데 블록체인에 무지한 피해자들은 사기 가해자들의 먹잇감이었다. 이들은 좀처럼 관계를 끊기 힘들 만큼 가깝게 다가가고 투자를 유도했다. A씨는 총 1억3000만원을 갈취해 간 주빌리에이스의 모집책 김모씨를 가족보다 신뢰했다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항상 챙겨주고 응원해줘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A씨는 “연인이라고 할 만큼 자주 만났고 많은 고민을 나눴다”며 “평생 함께할 사이라고 생각해 믿고 투자했는데 배신 당할 줄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관계를 악용해 더욱 착취하기도 했다. A씨가 주빌리에이스에서 8000만원을 사기 당한 후 좌절하고 있을 때 모집책 김모씨가 다시 나타났다. 김모씨는 새로운 가상화폐 거래소에 투자하면 잃은 원금을 다시 찾아준다고 약속했다. A씨는 김모씨의 말을 믿지 못하면서도 다시 거금 5000만원을 투자했다. 돈이 당장 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이성을 잃었던 상황”이라며 “지금은 단순 돈만 잃은 것이 아니라 사람조차 못 믿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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