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만 되면 술판, 동네 공원이 무서운 주민들

밤 10시 이후 노마스크·음주
곳곳에 버려진 음식물 악취
처벌기준 없어 경찰도 속수무책

서울 성동구 마장국민체육센터 어린이공원에 있는 벤치 주변이 밤새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들로 가득 차 있다.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밤 10시만 되면 무법지대로 변합니다. 주민들만 괴로워요."

지난 2일 오후 11시께 서울 성동구 마장국민체육센터 어린이공원. 코로나19 이전에는 한적한 공원이던 곳이 삼삼오오 고성이 오가는 술판으로 바뀌었다. 4일 오전 다시 찾은 공원은 난장판이었다.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는 말할 것도 없고, 군데군데 음식물까지 쏟아져 있어 악취를 풍겼다. 주민 원태인(38)씨는 "아침에 이곳을 지날 때마다 냄새도 나고, 보기에도 안 좋다"며 "주민들이 번갈아 가며 야간 음주를 신고해봤지만, 잠시 잠잠할 뿐이었다"고 토로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경의선숲길공원은 오후 10시 이후 영업제한 이후 쏟아져 나온 음주객들로 인산인해다.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들은 곳곳에서 나뒹굴었다. 공원에서만 수거되는 쓰레기 양이 하루 평균 1500ℓ를 훌쩍 넘는다. 마스크를 벗고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4명을 초과해 모인 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즉석에서 남녀간 만남을 시도하는 헌팅족들도 보였다. 공원 곳곳에 2m 이상 거리두기를 실천하라는 현수막이 붙어있지만, 이를 지키는 이들은 거의 없다.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와 서구 청라 커넬워크 주변도 비슷한 풍경이다. 남동구 논현동의 소래포구 하부지역은 술판이 된 지 오래다. 돗자리까지 펴고 자리를 잡은 시민들은 다닥다닥 붙어 앉아 마스크까지 벗은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아무렇게나 담배를 피우는 이들도 있었다.

인천 서구에 위치한 인공 수로 ‘커넬웨이’주변도 10시부터 또 다른 ‘음주와 영업’이 벌어졌다. 바로 옆에 아파트 단지가 있고, 산책을 하는 가족 단위 시민들이 있었지만 이들의 고성방가는 자정이 넘도록 이어졌다.

주민들이 관할구청과 경찰에 민원을 넣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음주소란, 노상방뇨, 무단출입 등 경범죄 외에 처벌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달 15일부터 여름철 종합대책을 실시하면서, 취식 및 음주를 자제시키고 있으나 이마저도 한강공원에 대한 것인데다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다만, 오는 30일부터 시행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장소를 금주 구역으로 지정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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