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11억 아파트는 포기…빌라·오피스텔 매수세

빌라 거래량 4개월째 아파트보다 많아
오피스텔 매매가격도 아파트 앞질러
아파트값 폭등·대출 규제 등에 대체재로

서울 송파구 빌라와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 [사진=연합뉴스]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 값과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에 가로막힌 내집마련 수요자들이 다세대·연립주택 등 빌라와 오피스텔로 몰려들고 있다.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을 넘어서는 기현상이 4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며, 오피스텔 역시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거래 시장에서 매매가 상승률이 아파트를 웃돌고 있다.

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빌라 매매 건수(신고일 기준)는 총 3217건으로, 아파트 매매 건수(1450건)보다 2.2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 기간이 약 4주가 남아있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빌라나 아파트 모두 기준 시점은 같아 추세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이전까지만 해도 아파트 거래량은 통상 빌라 거래의 2~3배에 달했다. 가격 상승폭이 큰데다 환금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들어서는 4개월 연속 거래량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1월 빌라 거래량은 5883건으로 아파트 거래량(5771건)을 근소하게 앞지르더니, 2월엔 4422건으로 아파트(3854건)보다 14.7% 많았다. 3월엔 5056건으로 아파트(3730건)보다 35.5% 많아졌으며, 지난달은 격차를 두 배로 벌렸다.

가격도 꾸준한 오름세다. KB 리브부동산 월간 조사에서 서울의 연립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8월 3억113만원으로 처음 3억원을 넘긴 뒤 지난달 3억2648만원으로 8.4% 올랐다.

이같은 현상은 자금여력이 부족한 사회초년생 등이 매입 아파트 대신 대체재인 빌라를 찾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대출 문턱도 낮은 편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무주택 실수요자층이 각종 규제로 인해 아파트를 구매할 수 없자 빌라로 눈을 돌린 데다가, 재개발 호재가 부각되며 이를 노린 일부 투자 수요가 일부 반영된 결과"로 분석했다.

풍선효과는 오피스텔로도 이미 번진 상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2.8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인 10%보다 약 2.3배 높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특히 젊은층에게 인기가 많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로 제한되는데다 9억 초과분은 20%로 낮아지는 반면 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 시세와 관계없이 최대 70%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청약 당첨 시 주택보유 수에 포함되지 않아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고, 오피스텔 분양권은 취득세와 양도세 산정 시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 등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피스텔 단기 매수세가 일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부는 지난주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신규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 오는 7월부터 오피스텔 등 비주택에 대해서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40%로 제한하기로 했다. 가령 현재는 4억원짜리 오피스텔을 매입할 때 LTV 70%를 적용(감정가 100% 기준)하면 2억8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7월부터 LTV 40%가 적용되면 대출 가능금액은 1억6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서 교수는 "투자자가 아닌 무주택 실수요자층이라면 아파트를 대신해 빌라 등을 매수하는 것도 현재로선 크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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