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부실 경고등…은행, 추가 충당적립금만 5조4천억 달해(종합)

만기연장ㆍ이자상환 유예 9월 종료 이후 부실 가능성
은행 추가 충당금 적립 5조4000억원…작년 번 돈 60% 규모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우철(45·가명)씨는 코로나19에 매출이 급감하면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모친에게 가게를 이어받은 지 3년 만인 지난해 종업원도 내보내고 아내와 둘이 음식 조리와 홀 서빙에 고군분투 중이다. 지난해 받은 올 하반기 다가올 은행 대출 상환 시기에 맞춰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최 씨는 "정부가 원리금 상환과 이자 유예를 해줘서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9월되면 지원이 끝난다고 해 어떻게 해야 될 지 모르겠다"면서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은행 이자나 갚을 수 있을 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은행 대출을 받은 개인사업자 5명 중 1명은 부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이자 납입과 생계자금을 위한 부채가 늘어나고 있어 재무상태가 크게 악화된 영향이다.

지표상으로는 매우 안정적이지만 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조치에 가려진 소상공인의 부실 위험은 지원책이 종료되는 9월 이후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정책 지원이 끝나는 9월 이후에 대비해 은행들이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금 적립 규모는 5조4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는 지난해 은행권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의 62% 수준에 달한다.

29일 한국기업평가가 발간한 ‘만기 연장·이자상환유예 조치에 가려진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실 위험과 은행·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지표 왜곡 수준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 가운데 부실징후 여신 비중은 은행권 20.4%, 저축은행권 27.3%로 추정됐다. 은행 대출의 경우 5건 중 1건, 저축은행은 4건 중 1건이 부실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은행과 저축은행 개인사업자 대출의 요주의이하 여신비율이 각각 0.6%, 19.6%인 점을 감안할 때 부실징후 여신 비중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금융1실 선임연구원은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에 따른 지표가 후행적으로 나타나는 데다 지난해 4월 이후 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대출의 건전성 분류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신청 조건이 원리금 연체, 자본잠식, 폐업 등의 사유가 없어야 하기 때문에 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대출은 정상으로 분류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은행 추가 필요 충당금 5.4조원…작년 번 돈 60% 수준

이에 따라 은행권과 저축은행권은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 종료를 대비해 부실징후 여신에 대한 선제적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은행과 저축은행의 부실징후 여신에 대한 추가 필요 충당금적립액을 각각 5조4000억원과 753억원으로 산출했다. 이는 지난해 말 당기순이익의 각각 61.8%, 16.2%에 이르는 규모다.

또한 최근 장기금리를 중심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소상공인의 부채 부담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고, 소상공인의 평균 부채가 1억원씩 증가하는 가장 보수적인 상황을 가정하면, 은행과 저축은행의 추가필요 충당금적립액은 각각 6조원과 1048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말 당기순익의 각각 69.2%, 22.6%에 달하는 수준이다.

안 선임연구원은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조치가 오는 9월말까지 종료되면 올해 4분기부터 연체여신의 요주의 또는 고정이하 분류가 순차적으로 진행돼 내년 이후 대손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부실 현실화 시 일시적손실 인식은 개별 은행 및 저축은행은 물론 금융업권 전체에 큰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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