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빠진 2030세대…'폭락장'에 극단 선택도 [허미담의 청춘보고서]

올해 코인 신규 투자자 10명 중 6명은 2030세대
극단적 선택한 20대 남성, 코인 투자 실패 비관 추정
전문가 "청년층, 마땅한 자산 증식 수단 없다"

편집자주당신의 청춘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습니까. 10대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청춘'들만의 고민과 웃음 등 희로애락을 전해드립니다.

28일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에 코인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코인'으로 인생 한방 노립니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거세다. 이들은 치솟는 집값과 일자리 불안 등 미래에 대한 막막함을 해소하기 위해 단기간 내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가상화폐 시장에 입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극심한 가격 변동성 탓에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코인 중독 증상'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온종일 휴대폰을 보며 가상화폐 시세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폭락한 시세에 상대적 박탈감·우울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전문가는 청년세대의 부족한 일자리 등이 코인 열풍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대학생 김모(26)씨는 최근 지인의 추천으로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했다. 김 씨는 "지인이 비트코인으로 단기간에 돈을 꽤 벌었다고 하더라. 지인의 말을 들으니 '투자를 안 하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랴부랴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은행에 돈을 넣는 것만으로 내 집 마련 못 한다"라며 "지인들이 주식이나 비트코인에 열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처럼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든 20·30세대 투자자는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가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분기 4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신규 가입자 249만5000여명 가운데 63.5%인 158만5000여명이 20·30세대로 집계됐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고수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풀이된다. 가상화폐 시장은 뚜렷한 이유 없이 급등락을 거듭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어쩌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몰려드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큰 '알트코인' 투자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알트코인은 비트코인 이외의 가상화폐를 뜻하는 단어로 '잡코인'이라고도 불린다.

알트코인은 비트코인과 비교해 등락폭이 크고 초기 투자 비용이 낮아 이른바 '대박'을 꿈꾸는 이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다만 별다른 호재 없이 급등락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금을 잃을 가능성 또한 크다.

글로벌 가상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 시가총액의 약 51%, 거래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비트코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은 6%에 불과하다. 나머지 94%는 알트코인 투자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문제는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작은 변수에도 가격이 극심하게 출렁거리는 가상화폐 시장 특성상 온종일 시세를 들여다보면서 정상적인 생활에 지장을 받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번 달 초부터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한 직장인 전모(29)씨도 "투자를 시작한 이후 시세를 확인하느라 휴대폰을 보는 횟수가 늘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주변에서 가상화폐 투자를 많이 해서 호기심에 샀다. 그런데 순식간에 돈이 불어나서 놀랐다. 주식 수익률은 시시해 보일 정도"라며 "직장에서도 휴대폰만 바라보다가 상사로부터 지적받기도 했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가상화폐 중독을 호소하는 글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누리꾼은 "업무는 뒤로한 채 계속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다. 그런다고 오르는 것도 아닌데 코인 중독 됐나 보다"라며 "온종일 코인 생각밖에 안 난다. 지인들과 만나서 놀 때도 코인 생각뿐"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과거 코인으로 손해 좀 봤다. 그래서 평생 안 하고 그냥 살아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주변에서 자꾸 '코인에 투자했다'는 말이 들리니까 다시 하고 싶어 미치겠다"라며 "도박중독이랑 별 다를 게 없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가상화폐 시세 폭락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나왔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한 지난 24일 강원도에서 2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남성은 주변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는 남기지 않았으나, 남성의 부모는 경찰에 "코인 투자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 유명 유튜버도 비트코인에 13억원을 투자했다가 원금을 손실했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려 우려를 산 바 있다.

전문가는 젊은층이 자산을 증식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에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들도 가상화폐가 고위험 수단인 줄 안다"면서도 "청년들이 자산을 늘릴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에 가상화폐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안정된 일자리를 통해 노동수익을 얻어야 하는데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가상화폐를 '투기'라고 볼 수는 없다. 청년들은 가상화폐가 대체화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희소성의 원리에 따라 코인의 값어치가 올라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결국 젊은층이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것에는 그들만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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